<현대 면역학> I.3.2 면역계의 첨단 센서, 패턴인식수용체(PRR): 미생물의 주민등록증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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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면역학> I.3.2 면역계의 첨단 센서, 패턴인식수용체(PRR): 미생물의 주민등록증을 읽는 법

서론: 성벽이 뚫렸다, 어떻게 적을 식별하는가?

지난 장에서는 우리 몸의 최전선을 지키는 견고한 ‘면역계의 성벽과 해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피부와 점막이라는 물리적 장벽과, 그 위를 흐르는 강력한 화학적 방어 물질들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수많은 외부의 위협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방어란 없는 법. 때로는 이 견고한 1차 방어선이 손상되거나, 이를 우회하는 교활한 병원균에 의해 우리 몸의 영토, 즉 조직 내부로의 침입을 허용하게 됩니다.

자, 이제 성벽이 뚫렸습니다. 경보가 울리고, 우리 몸의 첫 번째 파수꾼인 선천면역세포들이 현장으로 달려 나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성벽을 넘어온 침입자들은 모두 똑같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 그 종류와 형태는 천차만별입니다. 과연 우리 면역세포들은 이들을 어떻게 구별하고 ‘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상 세포와 침입한 적을 정확히 구별하여 아군에게 총구를 겨누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우리 면역계가 수억 년의 진화를 거쳐 완성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바로 면역세포에 탑재된 ‘첨단 피아식별 센서’, 패턴인식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PRR)입니다.1 이 정교한 센서 시스템은 선천면역이 별도의 학습 없이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을 탐지하고 면역 반응의 첫 스위치를 켤 수 있게 만드는 핵심적인 기술입니다.

패턴인식수용체는 침입자 개개인의 얼굴을 하나하나 외우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신, 우리 몸의 세포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으면서, 병원체들에게는 생존에 필수적이라 결코 버릴 수 없는 ‘공통적인 분자 패턴’을 인식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2 이는 마치 군대에서 적군의 고유한 군복 패턴이나 계급장을 인식하여 피아를 식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선천면역의 핵심 센서, 패턴인식수용체의 발견은 현대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선천면역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이 놀라운 센서, 패턴인식수용체의 종류와 작동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몸이 어떤 원리로 적의 ‘주민등록증’을 읽어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방어 작전을 개시하는지, 그 경이로운 세계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Janeway, C. A. Jr. (1989). Approaching the asymptote? Evolution and revolution in immunology. Cold Spring Harbor Symposia on Quantitative Biology, 54(Pt 1), 1–13. https://doi.org/10.1101/sqb.1989.054.01.003
  2. Akira, S., Uematsu, S., & Takeuchi, O. (2006). Pathogen recognition and innate immunity. Cell, 124(4), 783–801. https://doi.org/10.1016/j.cell.2006.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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