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면역학> I.3.4 염증 반응: 아픈 게 아니라 낫고 있다는 증거, 면역계의 소방 시스템

좋은 염증, 나쁜 염증: 급성 vs 만성

지금까지 살펴본 염증 반응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염증이 우리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기간’과 ‘원인’이라는 두 가지 결정적인 요소에 따라, 염증 반응은 우리 몸을 지키는 영웅에서 우리 몸을 서서히 파괴하는 암살자로 그 얼굴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 두 얼굴이 바로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입니다.

단기 임무, 급성 염증 (Acute Inflammation)

급성 염증은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우리 몸의 정상적이고 유익한 방어 반응입니다. 이는 세균 감염이나 외상과 같이 원인이 명확할 때, 우리 몸의 면역계 소방 시스템이 신속하고 강력하게 출동하는 것입니다.1

급성 염증 반응의 특징은 ‘단기 임무’라는 것입니다. 발적, 열감, 부종, 통증과 같은 뚜렷한 증상과 함께 며칠 안에 전투를 끝냅니다. 화재의 원인(병원균)이 성공적으로 제거되고 나면, 소방대는 깨끗하게 현장을 복구하고 철수합니다. 이처럼 급성 염증은 우리 몸의 항상성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좋은 염증’입니다.

끝나지 않는 전쟁, 만성 염증 (Chronic Inflammation)

문제는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거나,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계속해서 되살아날 때 발생합니다. 만성 염증이란, 이러한 염증 반응이 해결되지 않고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낮은 강도로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2 이는 면역계 소방 시스템이 철수하지 못하고, 낮은 수준의 경보와 진압 작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성 염증 반응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제거되지 않은 지속적인 감염(결핵균 등), 우리 몸의 조직을 적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 관절염 등), 그리고 비만, 스트레스, 흡연, 가공식품 섭취와 같은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한 지속적인 저강도 자극 등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3

이 끝나지 않는 전쟁 상태에서, 지속적인 염증과 불완전한 복구 시도가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면역세포들이 분비하는 화학 물질들과 활성산소 등이 오히려 정상적인 조직과 세포를 손상시키기 시작합니다. 손상된 조직은 섬유아세포에 의해 딱딱한 흉터 조직(섬유화)으로 대체되면서 점차 제 기능을 잃어갑니다. 오늘날, 이러한 만성 염증은 동맥경화, 제2형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 특정 암, 그리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수많은 현대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나쁜 염증’입니다.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의 특징 비교

특징급성 염증 (Acute Inflammation)만성 염증 (Chronic Inflammation)
시작빠름 (수 분 ~ 수 시간)느림 (수 일)
기간짧음 (수 일)길음 (수 주 ~ 수 년)
주요 면역세포호중구, 대식세포대식세포, 림프구 (T, B세포)
결과원인 제거, 조직 회복, 치유조직 파괴, 섬유화, 기능 상실
역할 비유화재 진압 후 철수하는 소방대진압되지 않고 계속되는 산불

참고 자료

  1. Kumar, V., Abbas, A. K., & Aster, J. C. (2021). Robbins & Cotran Pathologic Basis of Disease (10th ed.). Elsevier.
  2. Libby, P. (2007). Inflammatory mechanisms: the molecular basis of inflammation and disease. Nutrition Reviews, 65(suppl_3), S140-S146. https://doi.org/10.1111/j.1753-4887.2007.tb00352.x
  3. Furman, D., Campisi, J., Verdin, E., Carrera-Bastos, P., Targ, S., Franceschi, C., Ferrucci, L., Gilroy, D. W., & Fasano, A. (2019). Chronic inflammation in the etiology of disease across the life span. Nature Medicine, 25(12), 1822–1832. https://doi.org/10.1038/s41591-019-06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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