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면역학> I.3.4 염증 반응: 아픈 게 아니라 낫고 있다는 증거, 면역계의 소방 시스템

염증의 4대 징후: 화재 현장의 네 가지 신호

우리 몸의 면역계 소방 시스템, 즉 염증 반응이 시작되면, 감염이나 손상이 일어난 부위에는 특징적인 신호들이 나타납니다. 이는 마치 화재 현장에서 연기가 나고, 사이렌이 울리며, 주변이 뜨거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징후들은 이미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의학자 켈수스(Celsus)에 의해 정확하게 기술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염증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고전적인 징후를 이해하면, 염증 반응의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1

발적 (Redness, Rubor)

상처 부위나 감염된 부위가 붉게 변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화재 현장으로 더 많은 소방차(혈액)를 보내기 위해 도로(혈관)를 넓히는 것과 같습니다. 손상된 세포에서 분비된 히스타민과 같은 화학 신호 물질이 주변의 모세혈관을 확장(Vasodilation)시키기 때문입니다. 혈관이 넓어지면 그곳으로 더 많은 혈액이 몰려들게 되고, 혈액 속의 붉은 적혈구 때문에 피부가 붉게 보이게 됩니다. 이는 더 많은 면역세포와 산소, 영양분을 현장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한 필수적인 첫 단계입니다.

열감 (Heat, Calor)

염증 부위를 만졌을 때 후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이는 발적과 같은 원인, 즉 혈류량의 증가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 몸의 중심부에서 데워진 따뜻한 혈액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해당 부위로 몰려들면서 국소적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 약간의 온도 상승은 일부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세포들의 대사 활동을 촉진하여 전투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습니다.2

부종 (Swelling, Tumor)

상처 부위가 퉁퉁 붓는 현상입니다. 이는 도로가 넓어지는 것(혈관 확장)과 동시에, 소방대원(면역세포)들이 차에서 내려 화재 현장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혈관 벽의 틈새를 넓히는 것과 같습니다. 화학 신호 물질들은 혈관 벽을 이루는 세포들의 결합을 느슨하게 하여 투과성을 증가시킵니다. 이 틈으로 혈액 속의 액체 성분(혈장)과 단백질, 그리고 호중구나 대식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조직으로 빠져나오면서 해당 부위가 붓게 됩니다. 이 과정은 면역세포들을 전투 현장으로 직접 투입하기 위한 결정적인 단계입니다.

통증 (Pain, Dolor)

염증 부위에서 느껴지는 아픔입니다. 통증은 두 가지 주요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첫째는 부종으로 인해 빠져나온 액체가 주변의 신경 말단을 물리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손상된 세포나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프로스타글란딘, 브래디키닌과 같은 특정 화학 물질들이 신경을 직접 자극하기 때문입니다.3 이 통증은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이곳은 현재 손상되었으니 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보호하라”고 우리 뇌에 보내는 매우 중요한 경고 신호입니다. 이 신호 덕분에 우리는 추가적인 손상을 피하고 회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염증 반응의 징후들은 결코 우리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몸의 정교한 면역계 소방 시스템이 감염과 손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매우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증거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염증의 4대 징후 요약

징후 (한글)징후 (라틴어)생리학적 원인비유 (면역계 소방 시스템)
발적Rubor혈관 확장 및 혈류량 증가현장으로 통하는 도로 확장
열감Calor혈류량 증가출동 차량들의 엔진 열기
부종Tumor혈관 투과성 증가, 체액 및 세포 유출소방대원들의 현장 침투
통증Dolor신경 압박 및 화학적 자극위험 경보 및 보호 요청 신호

참고 자료

  1. Punchard, N. A., Whelan, C. J., & Rauch, I. (2004). The K.I.S.S. of death: keeping it simple in apoptosis. In The Inflammatory Process (pp. 1-28). Birkhäuser Basel. (Note: Celsus’s contribution is a widely cited historical fact in medical literature).
  2. Ferrero-Miliani, L., Nielsen, O. H., Andersen, P. S., & Girardin, S. E. (2007). Chronic inflammation: importance of NOD2 and NALP3 in interleukin-1β generation. Clinical & Experimental Immunology, 147(2), 227–235. https://doi.org/10.1111/j.1365-2249.2006.03261.x
  3. Ricciotti, E., & FitzGerald, G. A. (2011). Prostaglandins and inflammation. 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31(5), 986–1000. https://doi.org/10.1161/ATVBAHA.110.20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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