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체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도미노
보체 시스템은 단 하나의 분자나 세포가 아닙니다. 이는 간에서 생성되어 혈액 속에 항상 풍부하게 존재하는 약 30여 종의 단백질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이 단백질들은 C1, C2, C3처럼 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평소에는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비활성’ 상태로 혈액 속을 조용히 순찰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잠들어 있는 군대와 같아서, 우리 몸의 정상 세포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폭포수 같은 활성화 (Cascade)
이 잠자는 군대를 깨우는 것은 바로 ‘활성화 신호’입니다. 일단 첫 번째 보체 단백질이 병원체 표면이나 항체와 같은 특정 신호를 감지하여 활성화되면, 그때부터 놀라운 연쇄 반응이 시작됩니다. 활성화된 첫 번째 단백질은 효소처럼 작용하여 다음 순서의 보체 단백질을 쪼개 활성화시킵니다. 그러면 활성화된 두 번째 단백질은 또다시 수많은 세 번째 단백질들을 활성화시키는 식으로 반응이 이어집니다.1
이 과정은 마치 도미노 쓰러뜨리기와 같습니다. 첫 번째 도미노 하나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수많은 도미노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며 거대한 파장을 만들어냅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효소적 연쇄반응(Enzymatic Cascade)’이라고 부릅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증폭’입니다. 단 하나의 초기 신호가 각 단계를 거치면서 수백, 수천 배로 증폭되어, 순식간에 병원체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놀라운 증폭 능력이야말로 보체 시스템의 핵심적인 힘입니다.
핵심 플레이어, C3
이 복잡한 도미노 게임의 중심에는 가장 중요한 핵심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C3’라는 단백질입니다. C3는 혈액 내 보체 단백질 중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며, 모든 활성화 경로가 결국 C3를 두 조각, 즉 C3a와 C3b로 쪼개는 과정으로 모입니다.2
C3를 쪼개는 효소를 ‘C3 전환효소(C3 convertase)’라고 부르는데, 어떤 경로로 시작되었든 이 C3 전환효소를 만드는 것이 보체 시스템 활성화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일단 C3가 쪼개지면, 그때부터 보체의 실질적인 공격 임무가 시작됩니다. C3a와 C3b는 각자 다른, 그러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면역 반응을 이끌어 나갑니다.
보체 시스템의 심장, C3의 역할 분담
C3 분해 산물 | 주요 기능 | 비유 |
---|---|---|
C3a | 혈액으로 방출되어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고 염증 반응을 촉진합니다. | 경보 사이렌, 지원군 호출 신호 |
C3b | 병원체 표면에 직접 달라붙어 식세포가 병원체를 쉽게 잡아먹도록 돕고(옵소닌화), 후속 보체 반응을 계속 진행시킵니다. | ‘나를 잡아먹어라’ 꼬리표, 연쇄반응의 중간기지 |
결국, C3의 분해는 보체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군대가 공격을 개시하는 ‘출발 신호탄’과 같습니다. 이제 이 신호탄이 터진 후, 어떤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공격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Merle, N. S., Noe, R., Halbwachs-Mecarelli, L., Fremeaux-Bacchi, V., & Roumenina, L. T. (2015). Complement System Part I: Clinical and Basic Aspects. Frontiers in Immunology, 6, 257. https://doi.org/10.3389/fimmu.2015.00257
- Sahu, A., & Lambris, J. D. (2001). Structure and biology of complement protein C3, a connecting link between innate and acquired immunity. Immunological Reviews, 180, 35-48. https://doi.org/10.1034/j.1600-065x.2001.1800103.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