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면역학> I.3.3 보체 시스템: 혈액 속 자동화 드론, 면역계의 숨겨진 공격 시스템
서론: 세포가 아닌 단백질 군단의 습격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인 ‘면역계의 성벽과 해자'(I.3.1)와, 성벽이 뚫렸을 때 적을 식별하는 면역세포의 첨단 센서 ‘패턴인식수용체'(I.3.2)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면역 시스템의 훌륭한 구성 요소입니다. 하지만 만약, 면역세포들이 직접 움직여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혈액 속에 잠복해 있던 비밀 병기가 먼저 공격을 개시한다면 어떨까요?
놀랍게도 우리 몸에는 바로 그런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세포가 아닌, 혈액 속에 항상 존재하는 30여 종의 ‘단백질’들이 모여 구성된 정교한 자동 공격 시스템, 바로 보체 시스템(Complement System)입니다.1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 선천면역의 가장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흥미롭습니다. ‘보체’는 19세기 말, 항체의 살균 작용을 ‘보완한다(Complement)’는 것을 돕는 미지의 혈청 성분으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적응면역의 보조 역할로만 생각되었지만, 연구가 거듭되면서 항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선천면역과 적응면역 모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2 즉, 보체 시스템은 두 면역 체계를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 보체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가장 잘 비유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혈액 속 자동화 드론’일 것입니다. 평소에는 비활성화된 상태로 혈액 속을 조용히 순찰하다가, 침입자의 신호나 아군의 요청(항체)에 따라 즉각적으로 활성화됩니다. 그리고는 마치 프로그램된 것처럼 표적을 표시하고(옵소닌화), 지원군을 호출하며(염증 유발), 심지어 직접 표적을 파괴하는(막공격 복합체 형성) 다양한 임무를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놀라운 단백질 군단, 우리 면역계의 숨겨진 비밀 병기인 보체 시스템의 세계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Walport, M. J. (2001). Complement. First of two part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44(14), 1058–1066. https://doi.org/10.1056/NEJM200104053441406
- Ricklin, D., Hajishengallis, G., Yang, K., & Lambris, J. D. (2010). Complement and bacteria: a sweet and sour relationship. Nature Reviews Microbiology, 8(10), 700–714. https://doi.org/10.1038/nrmicro2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