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가 울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 면역세포에 장착된 패턴인식수용체(PRR)는 단순히 적을 발견하고 “아, 저기 적이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센서가 PAMP(미생물의 주민등록증)를 감지하는 그 순간은, 마치 로켓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이 버튼 하나가 눌리면, 우리 몸의 초기 방어 시스템을 총괄하는 매우 정교하고 다층적인 연쇄 반응이 시작됩니다. 즉, 패턴인식수용체는 선천면역 반응 전체를 가동시키는 핵심 ‘스위치’입니다.1 센서가 울린 직후 벌어지는 일들은 크게 세 단계의 동시 다발적인 작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전군에 비상경보를 발령하라 (사이렌 울리기)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감염 사실을 주변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패턴인식수용체가 활성화된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는 즉시 다양한 종류의 신호 물질, 즉 ‘사이토카인(Cytokine)’과 ‘케모카인(Chemokine)’을 분비하기 시작합니다.
- 염증성 사이토카인 (Inflammatory Cytokines): TNF-α, IL-1, IL-6와 같은 사이토카인은 강력한 ‘경보 사이렌’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증가시키고, 혈관 벽의 투과성을 높여 다른 면역세포들이 감염 현장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우리가 상처 부위가 붉어지고 붓고 열이 나는 ‘염증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이 사이토카인들의 작용 때문입니다.2
- 케모카인 (Chemokines): 케모카인은 ‘화학적 유인 물질’로, 감염 현장에서 발산되는 일종의 ‘GPS 신호’ 또는 ‘구조 요청 신호등’과 같습니다. 혈액 속을 떠다니던 호중구와 같은 다른 면역세포들은 이 케모카인 농도가 높은 곳을 향해 이동하여, 정확하게 감염 부위로 집결할 수 있습니다.
2단계: 후속 부대를 위한 작전 브리핑 준비
선천면역은 훌륭한 초기 대응팀이지만, 강력하고 특화된 병원체를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서는 최정예 특수부대인 ‘적응면역(T세포, B세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패턴인식수용체는 이 후속 부대를 호출하고, 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합니다.
PAMP를 인식한 수지상세포는 자신의 세포 표면에 ‘보조자극분자(Co-stimulatory molecules)’, 예를 들어 B7 (CD80/CD86)과 같은 분자들을 발현시킵니다.3 이는 나중에 만날 T세포에게 “지금 내가 보고하는 정보는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이며, 매우 위급하고 중요한 정보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인증서’와 같습니다. 이 보조자극분자가 없으면, T세포는 수지상세포가 아무리 적의 정보를 보여줘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패턴인식수용체는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3단계: 즉각적인 현장 대응 및 제거 작전
사이렌을 울리고 후속 부대를 부르는 와중에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대식세포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패턴인식수용체의 활성 신호는 대식세포를 더욱 강력한 포식자로 각성시킵니다.
- 식균 작용 (Phagocytosis) 강화: PAMP 인식은 대식세포의 식탐을 극대화합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주변의 병원균을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 살균 능력 증폭: 단순히 삼키는 것을 넘어, 삼킨 병원균을 죽이는 능력도 강화됩니다. 세포 내에서 활성산소(ROS)와 같은 강력한 살균 물질을 만들어내어, 포획한 세균을 확실하게 제거합니다.
이처럼 패턴인식수용체의 신호 하나는, 동시다발적으로 ①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②후속 부대를 위한 준비를 하며 ③현장에서 즉각적인 전투를 수행하는, 매우 효율적인 통합 방어 작전을 개시하게 만듭니다.
패턴인식수용체 활성화 후의 연쇄 반응
| 단계 | 주요 반응 | 핵심 분자/작용 | 비유 |
|---|---|---|---|
| 1. 경보 발령 | 염증 반응 유도 및 면역세포 유인 | 사이토카인 (TNF-α), 케모카인 | 사이렌 & GPS 신호 |
| 2. 지원 요청 | 적응면역 활성화를 위한 준비 | 보조자극분자 (B7) 발현 | 작전 브리핑 서류 준비 |
| 3. 현장 대응 | 즉각적인 병원체 제거 | 식균 작용 및 살균 능력 강화 | 초동 진압팀 출동 |
참고 자료
- Kawai, T., & Akira, S. (2011). Toll-like receptors and their crosstalk with other innate receptors in infection and immunity. Immunity, 34(5), 637-650. https://doi.org/10.1016/j.immuni.2011.05.006
- Turner, M. D., Nedjai, B., Hurst, T., & Pennington, D. J. (2014). Cytokines and chemokines: At the crossroads of cell signalling and inflammatory disease. Biochimica et Biophysica Acta (BBA) – Molecular Cell Research, 1843(11), 2563-2582. https://doi.org/10.1016/j.bbamcr.2014.05.014
- Reis e Sousa, C. (2004). Dendritic cells in a mature age. Nature Reviews Immunology, 4(6), 476-483. https://doi.org/10.1038/nri13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