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면역학> I.3.2 면역계의 첨단 센서, 패턴인식수용체(PRR): 미생물의 주민등록증을 읽는 법

전략적 위치에 배치된 다양한 센서들

우리 면역계의 감시 시스템은 단 하나의 센서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침입한 병원균이 세포 밖을 배회할 수도 있고, 세포 안으로 삼켜질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세포의 방어막을 뚫고 내부 공간(세포질)으로 직접 침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침입 경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종류의 PAMPs(미생물의 주민등록증)를 감지하는 여러 종류의 패턴인식수용체(PRR)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두었습니다.1 이는 마치 성의 각기 다른 구역에, 다른 종류의 임무를 띤 경계병들을 배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외부의 경계병, 톨유사수용체 (Toll-like Receptors, TLRs)

패턴인식수용체 계열 중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톨유사수용체(TLR)입니다. 이들은 주로 세포의 ‘경계면’을 담당하며, 성문과 성벽을 지키는 1차 경계병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경계병들은 위치에 따라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세포 표면의 TLRs: 성벽 위의 파수꾼

일부 TLRs는 면역세포의 가장 바깥쪽, 즉 세포막에 위치하여 세포 ‘밖’을 배회하는 적들을 감시합니다. 예를 들어, TLR4는 그람 음성균의 대표적인 PAMP인 LPS를 인식하고, TLR2는 펩티도글리칸이나 지질단백질과 같은 다양한 세균의 세포벽 성분을 감지합니다.2 이들은 성벽 위를 순찰하며 성벽에 접근하는 적의 군복(PAMP)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경보를 울리는 파수꾼입니다.

세포 내부 소기관(엔도솜)의 TLRs: 취조실의 심문관

다른 TLRs 그룹은 세포막 안쪽의 ‘엔도솜(Endosome)’이라는 소기관에 위치합니다. 엔도솜은 대식세포 등이 외부의 병원균을 삼켰을 때(식균작용), 그 병원균을 가두어 분해하고 심문하는 일종의 ‘취조실’입니다. 이 취조실 안에서 병원균이 분해되면서 숨겨져 있던 내부의 ‘주민등록증’이 드러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TLR3는 바이러스의 이중 가닥 RNA를, TLR7TLR8은 단일 가닥 RNA를, 그리고 TLR9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DNA를 인식합니다.2 이들은 일단 붙잡은 적을 취조하여 그들의 핵심 정보(핵산)를 파악하고 위험 수준을 판단하는 전문 심문관과 같습니다.

내부의 암행어사, NOD유사수용체 (NOD-like Receptors, NLRs)

만약 바이러스나 일부 세균이 세포를 삼키는 과정을 피해, 세포막을 직접 뚫고 세포 내부의 생활 공간인 ‘세포질(Cytoplasm)’로 잠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활약하는 것이 바로 NOD유사수용체(NLR)입니다. 이들은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니며 성안으로 몰래 잠입한 첩자나 파괴 공작원을 색출하는 ‘암행어사’ 또는 ‘내부 보안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패턴인식수용체입니다.

세포질 감시: 내부의 위협 탐지

NLRs는 세포질 내에서 세균 세포벽의 파편(예: 펩티도글리칸)이나 세균이 내뿜는 독성 물질과 같은 위험 신호를 직접 감지합니다. 이는 TLRs의 감시망을 피해 내부로 침투한, 훨씬 더 직접적이고 긴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심층 방어 시스템입니다.

인플라마솜(Inflammasome)의 형성: 비상 자폭 스위치

특히 일부 NLR 계열의 패턴인식수용체(예: NLRP3)는 심각한 위험을 감지했을 때 매우 극적인 반응을 유발합니다. 이들은 주변의 다른 단백질들을 끌어모아 ‘인플라마솜(Inflammasome)’이라는 거대한 경보 복합체를 조립합니다.3 이는 마치 내부의 첩자가 핵폭탄을 설치하려는 것을 발견한 암행어사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의 한 구역을 통째로 폭파시키는 ‘비상 자폭 스위치’를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이 인플라마솜이 활성화되면, 강력한 염증 유발 물질(IL-1β)이 분비되고 세포는 ‘파이롭토시스(Pyroptosis)’라는 불타는 듯한 격렬한 방식으로 자폭하여, 내부에 숨어있던 병원균을 외부로 노출시키고 주변에 최고 수준의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그 외의 전문 센서들 (RLRs, CLRs)

우리 몸의 감시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의 RNA를 전문적으로 탐지하여 항바이러스 물질(인터페론) 분비를 유도하는 RLRs (RIG-I-like Receptors), 곰팡이(진균)의 세포벽에 있는 특징적인 당 구조를 인식하는 CLRs (C-type Lectin Receptors) 등 다양한 전문 패턴인식수용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처럼 우리 몸은 다양한 종류의 센서를 겹겹이 배치하여, 어떤 종류의 적이 어떤 경로로 침투하더라도 놓치지 않는 촘촘한 그물망식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주요 패턴인식수용체(PRR) 계열 비교

수용체 계열주요 위치주요 인식 대상 (PAMPs)비유
TLRs (표면)세포막세균의 세포벽 성분 (LPS 등)성벽 위 파수꾼
TLRs (내부)엔도솜바이러스/세균의 핵산 (DNA, RNA)취조실 심문관
NLRs세포질세포 내 세균 파편, 독소내부 암행어사
RLRs세포질바이러스 RNA바이러스 전문 탐지견

참고 자료

  1. Kawai, T., & Akira, S. (2010). The role of pattern-recognition receptors in innate immunity: update on Toll-like receptors. Nature Immunology, 11(5), 373–384. https://doi.org/10.1038/ni.1863
  2. Kumar, H., Kawai, T., & Akira, S. (2011). Pathogen recognition by the innate immune system. International Reviews of Immunology, 30(1), 16-34. https://doi.org/10.3109/08830185.2010.529976
  3. Martinon, F., Burns, K., & Tschopp, J. (2002). The inflammasome: a molecular platform triggering activation of inflammatory caspases and processing of proIL-β. Molecular Cell, 10(2), 417-426. https://doi.org/10.1016/s1097-2765(02)005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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