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생리학> 1.3.3 몸속 수분 진액, 건조한 내 몸을 촉촉하게 만드는 비밀

진액의 두 얼굴 ②: 뼈와 뇌를 채우는 진득한 영양 물질, 액(液)

지난 시간에는 우리 몸의 표면을 지키는 맑고 빠른 수분, ‘진(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진’이 피부와 근육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외곽 수비수라면, 이번 시간에 다룰 ‘액(液)’은 우리 몸 가장 깊은 곳에서 생명의 근간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묵직한 내야수와 같습니다. 같은 몸속 수분 진액에서 나왔지만, ‘액’은 ‘진’과는 전혀 다른 성질과 임무를 가집니다.

관절이 삐걱거리거나, 머리가 맑지 않고, 허리가 시큰거리는 등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건조함과 노화의 신호는 바로 이 ‘액’의 상태와 직결됩니다. 우리 몸의 심부(深部)를 다스리는 몸속 수분 진액의 또 다른 형태, ‘액’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액(液)’이란 무엇인가? – 진하고, 무겁고, 느리다!

몸속 수분 진액 중에서 ‘액(液)’은 ‘진’과 대비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상대적으로 성질이 진하고 무거우며(稠厚), 유동성이 느린 부분을 가리킵니다.[1] ‘진’처럼 빠르게 흐르기보다는, 우리 몸의 특정 부위에 깊숙이 머무르며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영양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액’은 몸의 표면보다는 더 깊은 곳, 즉 쉽게 채워지거나 빠져나가지 않는 중요한 구조물들 속을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마치 댐에 고인 물처럼, 필요한 곳에 꾸준히 수자원을 공급하며 생명 활동의 근본적인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쉽게 고갈되지 않아야 하는 우리 몸의 핵심적인 부분들은 바로 이 ‘액’에 의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뼈와 뇌를 채우는 핵심 물질: ‘액(液)’의 기능

‘액’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 몸의 깊은 조직과 핵심 장기를 채우고 영양하는 ‘유양(濡養)’ 및 ‘충만(充滿)’ 작용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액(液)이 “뼈에 스며들어 관절의 움직임을 이롭게 하고, 뇌수(腦髓)를 보충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2]

  • 관절(骨節)을 부드럽게: 관절강 내에 머무르며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액’을 포함한 몸속 수분 진액이 부족해지면, 이 윤활유가 마르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3]
  • 뇌수(腦髓)와 골수(骨髓)를 충만하게: 뇌와 척수, 뼈의 중심에 있는 골수를 채워 그 기능을 유지시킵니다. 뇌수가 충만해야 머리가 맑고 기억력이 유지되며, 골수가 충만해야 건강한 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액’이 마르면 뇌 기능이 저하되어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어지럼증, 이명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2]
  • 장부(臟腑)를 자양(滋養)하기: 오장육부 등 내부 장기의 실질(實質)을 구성하고, 그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이처럼 ‘액’은 우리 몸의 구조적인 안정성과 핵심 기능을 책임지는 근본적인 영양 물질입니다. 따라서 ‘액’이 고갈된다는 것은 단순한 건조를 넘어, 노화가 깊어지고 생명 활동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심각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건강한 몸속 수분 진액의 깊이는 바로 이 ‘액’이 얼마나 충만한가에 달려있습니다.

한눈에 비교하기: ‘진(津)’과 ‘액(液)’의 차이점

이제 몸속 수분 진액의 두 가지 형태인 ‘진’과 ‘액’의 차이점을 표로 명확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구분진 (津)액 (液)
성질맑고 묽음 (淸稀)진하고 걸쭉함 (稠厚)
유동성빠르고 활동적느리고 정적
분포 위치피부, 근육, 구멍 등 몸의 표면관절, 뇌수, 골수, 장부 등 몸의 심부
주요 기능자윤(滋潤): 촉촉하게 적심유양(濡養): 영양하고 채움
부족 시 증상피부 건조, 입 마름, 안구 건조관절 뻣뻣함, 건망증, 어지럼증, 허리 시큰거림

결론적으로 ‘진’과 ‘액’은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몸속 수분 진액의 두 얼굴입니다.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환되기도 하므로, 어느 한쪽만 부족해져도 결국 몸 전체의 수분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진액의 두 형태를 모두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속부터 촉촉한’ 몸을 만드는 비결입니다.

참고 자료

  1. ‘기초29 第四章三節 津液(진액)’,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원전학교실. – 이 자료는 ‘액(液)’을 “비교적 성질이 걸고 유동성이 느리며, 骨節(골절), 臟腑(장부), 腦(뇌), 髓(수) 등 조직에 들어있으면서 濡養(유양) 작용을 하는 것”으로 명확히 정의합니다.
  2. 제주신문, ‘진액(津液)이란?’. – 이 기사는 동의보감 내용을 인용하여 “액이 많이 빠지면 관절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 매끄럽지 않게 되고… 뇌수가 없어지고 정강이가 시리며 귀가 자주 울리게 된다”고 하여 액의 기능과 부족 시 증상을 설명합니다.
  3. 자생한방병원 YouTube, ‘명의에게 묻다 13편: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 이 영상에서 한의사는 퇴행성 관절염의 한방적 원인 중 하나로 “뼈와 근육의 에너지원인 기와 혈이 부족”한 경우를 언급하며, 이는 진액(특히 액) 부족이 관절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영상 1분 15초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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