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생리학> 1.3.3 몸속 수분 진액, 건조한 내 몸을 촉촉하게 만드는 비밀

진액의 두 얼굴 ①: 피부와 근육을 지키는 맑은 파수꾼, 진(津)

지금까지 우리는 몸속 수분 진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순환하며, 배출되는지 그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 ‘진액’을 단 하나의 물질로 보지 않습니다. 성질과 역할에 따라 크게 두 종류, 바로 ‘진(津)’과 ‘액(液)’으로 구분하여 더욱 정밀하게 이해합니다.[1] 이 둘은 비유하자면, 같은 강에서 발원했지만 상류의 맑고 빠른 물과 하류의 깊고 느린 물처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첫 번째 주자, 우리 몸의 가장 바깥에서 촉촉함을 책임지는 경쾌하고 맑은 파수꾼, ‘진(津)’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피부가 유난히 건조하거나, 눈과 입이 쉽게 마르는 증상은 바로 이 ‘진’의 상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건강한 몸속 수분 진액의 첫 번째 형태인 ‘진’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진(津)’이란 무엇인가? – 맑고, 가볍고, 빠르다!

몸속 수분 진액 중에서 ‘진(津)’은 상대적으로 성질이 맑고 묽으며, 유동성이 강한 부분을 가리킵니다.[2] 끈적임 없이 투명하고 가벼워서 몸 안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진’은 우리 몸의 표면과 외부와 직접 맞닿는 곳곳으로 신속하게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주로 기(氣) 중에서도 바깥을 지키는 위기(衛氣)와 함께 다니며, 혈관을 포함한 온몸의 조직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이는 마치 잘 닦인 도로를 달리는 경차처럼, 필요한 곳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항상 일정한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 ‘진’의 신속한 기동력에 있습니다.

피부와 근육의 보호막: ‘진(津)’의 핵심 기능

‘진(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 몸의 바깥 부분을 적시고 영양하는 ‘자윤(滋潤)’ 작용입니다. 그 활동 무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부와 모발(皮毛): ‘진’은 피부 표면으로 퍼져나가 피부를 촉촉하고 윤기 있게 만듭니다. 피부의 수분 장벽을 형성하여 외부의 건조함이나 유해한 기운으로부터 우리 몸을 1차적으로 보호합니다.
  • 근육(肌肉): 근육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근육이 마르지 않고 탄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을 ‘진이 빠진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땀과 함께 이 ‘진’이 과도하게 소모되어 기운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3]
  • 공규(孔竅): 눈, 코, 입과 같이 외부로 열려있는 구멍들을 마르지 않게 적셔주는 역할을 합니다. 눈이 뻑뻑하지 않고, 코 점막이 촉촉하며, 입안에 침이 마르지 않는 것은 모두 ‘진’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혈맥(血脈): 혈관 속으로 스며들어 혈액을 보충하고, 혈액이 뻑뻑해지지 않도록 농도를 조절하여 원활한 순환을 돕습니다.

결론적으로, ‘진’은 우리 몸의 외곽 방어선을 책임지는 수분 공급원으로,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피부 건조, 안구 건조, 구강 건조 등 표면적인 건조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건강한 몸속 수분 진액의 첫 단추는 바로 이 ‘진’이 풍부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진(津)’: 땀, 눈물, 콧물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진’을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 몸에서 나오는 맑은 액체를 떠올리면 됩니다. 이들이 바로 ‘진’이 구체화된 모습입니다.

‘진(津)’의 형태설명관련 장부
땀 (汗)피부의 땀구멍을 통해 배출되어 체온을 조절하는 맑은 액체. ‘진’이 밖으로 나온 대표적인 형태입니다.[4]심(心), 폐(肺)
눈물 (淚)눈을 촉촉하게 하고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액체.간(肝)
콧물 (涕)코 점막을 적셔 건조함을 막고, 외부 공기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맑은 콧물.폐(肺)
침 (涎)입안을 적시고 소화를 돕는 묽고 맑은 침. (끈적한 침은 ‘액’에 더 가깝습니다.)비(脾)

이처럼 ‘진(津)’은 우리 몸의 표면과 구멍들을 지키며 외부 환경에 맞서는 최전선의 수분 방어막입니다. 이 맑고 가벼운 몸속 수분 진액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촉촉함의 시작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와는 정반대의 성질과 역할을 가진, 우리 몸속 깊은 곳을 채우는 ‘액(液)’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전국한의과대학 생리학교수, 『동의생리학』, 집문당, 2016. – 이 교재는 진액(津液)을 성상, 분포 부위, 기능에 따라 진(津)과 액(液)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2.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진액(津液)’. – 해당 자료는 진액을 진(津)과 액(液)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진’이 비교적 맑고 유동성이 크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3. 한의신문, ‘많이 나도 문제, 안나도 문제인 ‘땀’…그 원인은?’. – 이 기사는 땀의 성분이 혈액 속 액체 성분인 혈장과 유사하며, 땀을 통해 수분과 진액이 함께 빠져나가므로 과도한 발한 시 기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4.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진(津)’. – 이 용어사전은 ‘진(津)’을 진액의 하나로 정의하며, “진(津)이 주리(腠理, 땀구멍)로 나오면 땀이 된다”고 명시하여 땀이 ‘진’의 한 형태임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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