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액의 두 얼굴 ①: 피부와 근육을 지키는 맑은 파수꾼, 진(津)
지금까지 우리는 몸속 수분 진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순환하며, 배출되는지 그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 ‘진액’을 단 하나의 물질로 보지 않습니다. 성질과 역할에 따라 크게 두 종류, 바로 ‘진(津)’과 ‘액(液)’으로 구분하여 더욱 정밀하게 이해합니다.[1] 이 둘은 비유하자면, 같은 강에서 발원했지만 상류의 맑고 빠른 물과 하류의 깊고 느린 물처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첫 번째 주자, 우리 몸의 가장 바깥에서 촉촉함을 책임지는 경쾌하고 맑은 파수꾼, ‘진(津)’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피부가 유난히 건조하거나, 눈과 입이 쉽게 마르는 증상은 바로 이 ‘진’의 상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건강한 몸속 수분 진액의 첫 번째 형태인 ‘진’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진(津)’이란 무엇인가? – 맑고, 가볍고, 빠르다!
몸속 수분 진액 중에서 ‘진(津)’은 상대적으로 성질이 맑고 묽으며, 유동성이 강한 부분을 가리킵니다.[2] 끈적임 없이 투명하고 가벼워서 몸 안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진’은 우리 몸의 표면과 외부와 직접 맞닿는 곳곳으로 신속하게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주로 기(氣) 중에서도 바깥을 지키는 위기(衛氣)와 함께 다니며, 혈관을 포함한 온몸의 조직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이는 마치 잘 닦인 도로를 달리는 경차처럼, 필요한 곳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항상 일정한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 ‘진’의 신속한 기동력에 있습니다.
피부와 근육의 보호막: ‘진(津)’의 핵심 기능
‘진(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 몸의 바깥 부분을 적시고 영양하는 ‘자윤(滋潤)’ 작용입니다. 그 활동 무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부와 모발(皮毛): ‘진’은 피부 표면으로 퍼져나가 피부를 촉촉하고 윤기 있게 만듭니다. 피부의 수분 장벽을 형성하여 외부의 건조함이나 유해한 기운으로부터 우리 몸을 1차적으로 보호합니다.
 - 근육(肌肉): 근육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근육이 마르지 않고 탄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을 ‘진이 빠진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땀과 함께 이 ‘진’이 과도하게 소모되어 기운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3]
 - 공규(孔竅): 눈, 코, 입과 같이 외부로 열려있는 구멍들을 마르지 않게 적셔주는 역할을 합니다. 눈이 뻑뻑하지 않고, 코 점막이 촉촉하며, 입안에 침이 마르지 않는 것은 모두 ‘진’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혈맥(血脈): 혈관 속으로 스며들어 혈액을 보충하고, 혈액이 뻑뻑해지지 않도록 농도를 조절하여 원활한 순환을 돕습니다.
 
결론적으로, ‘진’은 우리 몸의 외곽 방어선을 책임지는 수분 공급원으로,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피부 건조, 안구 건조, 구강 건조 등 표면적인 건조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건강한 몸속 수분 진액의 첫 단추는 바로 이 ‘진’이 풍부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진(津)’: 땀, 눈물, 콧물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진’을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 몸에서 나오는 맑은 액체를 떠올리면 됩니다. 이들이 바로 ‘진’이 구체화된 모습입니다.
| ‘진(津)’의 형태 | 설명 | 관련 장부 | 
|---|---|---|
| 땀 (汗) | 피부의 땀구멍을 통해 배출되어 체온을 조절하는 맑은 액체. ‘진’이 밖으로 나온 대표적인 형태입니다.[4] | 심(心), 폐(肺) | 
| 눈물 (淚) | 눈을 촉촉하게 하고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액체. | 간(肝) | 
| 콧물 (涕) | 코 점막을 적셔 건조함을 막고, 외부 공기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맑은 콧물. | 폐(肺) | 
| 침 (涎) | 입안을 적시고 소화를 돕는 묽고 맑은 침. (끈적한 침은 ‘액’에 더 가깝습니다.) | 비(脾) | 
이처럼 ‘진(津)’은 우리 몸의 표면과 구멍들을 지키며 외부 환경에 맞서는 최전선의 수분 방어막입니다. 이 맑고 가벼운 몸속 수분 진액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촉촉함의 시작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와는 정반대의 성질과 역할을 가진, 우리 몸속 깊은 곳을 채우는 ‘액(液)’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전국한의과대학 생리학교수, 『동의생리학』, 집문당, 2016. – 이 교재는 진액(津液)을 성상, 분포 부위, 기능에 따라 진(津)과 액(液)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진액(津液)’. – 해당 자료는 진액을 진(津)과 액(液)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진’이 비교적 맑고 유동성이 크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 한의신문, ‘많이 나도 문제, 안나도 문제인 ‘땀’…그 원인은?’. – 이 기사는 땀의 성분이 혈액 속 액체 성분인 혈장과 유사하며, 땀을 통해 수분과 진액이 함께 빠져나가므로 과도한 발한 시 기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진(津)’. – 이 용어사전은 ‘진(津)’을 진액의 하나로 정의하며, “진(津)이 주리(腠理, 땀구멍)로 나오면 땀이 된다”고 명시하여 땀이 ‘진’의 한 형태임을 설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