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생리학> 1.3.1 기의 생리(氣의 生理): 생명 에너지 ‘기’의 모든 것, 원리와 기능 완벽 해설

기의 운동과 기기(氣機): 생명의 리듬, 승강출입(昇降出入)

지금까지 우리는 기(氣)의 개념과 종류, 그리고 5가지 핵심 기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기는 결코 정지해 있는 에너지가 아닙니다. 생명이란 곧 움직임이며, 한의학에서는 기(氣)의 끊임없는 운동이야말로 모든 생명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리듬이라고 봅니다. 기가 위로 오르고(昇), 아래로 내려가며(降), 안에서 밖으로 나가고(出),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入) 이 네 가지 기본 운동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우리 몸의 기의 생리 시스템은 비로소 완성됩니다.1

승강출입(昇降出入): 기 운동의 4가지 기본 형식

승강출입은 기가 움직이는 4가지 기본 방향을 의미하며, 인체 모든 장부의 기능 활동은 이 운동들의 복합적인 조화로 이루어집니다. 어느 한 방향의 움직임이라도 막히거나 부족해지면, 전체적인 기의 생리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 승(昇) – 위로 올라가는 운동: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작용입니다. 대표적으로 비장(脾臟)은 소화 흡수한 영양 물질 중 맑은 기운을 폐와 심장, 머리로 올려 보내 전신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 강(降) – 아래로 내려가는 운동: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입니다. 폐(肺)는 들이마신 맑은 공기를 아래로 내려 신장에 도달하게 하고, 위(胃)는 섭취한 음식물을 아래 소장으로 내려보냅니다.
  • 출(出) –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운동: 기운과 체액을 몸 안에서 바깥으로 내보내는 작용입니다. 위기(衛氣)가 땀구멍을 통해 땀을 배출하고, 폐의 호흡을 통해 탁한 기운을 내뱉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 입(入) –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운동: 외부의 물질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작용입니다. 폐(肺)가 자연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신장이 기운을 받아들여 저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기(氣機): 조화로운 기의 흐름, 그 자체

인체의 각 장부들은 저마다 고유한 승강출입의 운동 방향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비장은 올리고(昇), 위장은 내리는(降) 짝을 이루어 소화 과정을 완성합니다. 이처럼 전신에 걸쳐 기의 승강출입 운동이 서로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바로 ‘기기(氣機)’라고 합니다.2 즉, ‘기기가 원활하다’는 말은 곧 기의 순환과 흐름이 막힘없이 잘 이루어져 건강한 상태임을 의미하며, 이는 최적의 기의 생리 상태와 동의어입니다.

기기부조(氣機不調): 흐름이 막혔을 때 나타나는 병리 현상

만약 스트레스나 외부 환경,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이 정교한 기기(氣機)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즉 ‘기기가 조절되지 못하면(不調)’, 다양한 질병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기기부조의 상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체(氣滯): 기의 흐름이 특정 부위에서 막히거나 정체되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肝)의 기운이 막혀 옆구리가 결리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자주 쉬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간기울결(肝氣鬱結)’ 즉, 간의 기체 증상입니다.
  • 기역(氣逆): 기가 정상적인 방향과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아래로 내려가야 할 폐(肺)의 기운이 위로 치솟으면 기침이 나고, 위(胃)의 기운이 역류하면 트림, 구역질, 구토가 발생합니다.
  • 기함(氣陷): 기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힘이 부족하여 아래로 축 처지거나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비장(脾臟)의 기운이 아래로 처지면 만성적인 설사, 어지럼증, 심하면 위하수나 자궁하수와 같은 장기 탈출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기폐(氣閉)와 기탈(氣脫): 더욱 심각한 상태로, 기폐는 기가 갑자기 외부와 통하지 못하고 안에서 막히는 것(갑자기 의식을 잃는 등), 기탈은 기가 걷잡을 수 없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위급한 상태(심한 출혈이나 쇼크 상태 등)를 말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기기(氣機)의 병리적 상태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병리 상태핵심 개념대표 장부 및 증상
기체(氣滯)흐름의 정체간(肝): 가슴 답답함, 한숨, 옆구리 통증
기역(氣逆)흐름의 역류폐(肺): 기침 / 위(胃): 구토, 트림
기함(氣陷)상승력 부족 (처짐)비(脾): 만성 설사, 어지럼증, 장기 하수

결론적으로, 건강은 곧 원활한 기의 흐름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몸의 기의 생리는 끊임없는 ‘승강출입’의 조화로운 춤과 같으며, 이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근본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전국한의과대학 생리학교수 편저, 『동의생리학 (제3판)』, 의방출판사, 2024. (도서 정보) 관련 정보 바로가기
  2. 이남구, 「氣의 氣化작용과 開闔樞」,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2002, 15(2), 58-76. 원문 바로가기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