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생리학> 1.2.2 오행 생리의 모든 것: 목화토금수로 풀어보는 인체 사용 설명서

오행의 관계론 2: 균형이 깨졌을 때 – 상모(相侮)와 상자(相子)

앞서 우리는 오행(五行)이 ‘상생(相生)’과 ‘상극(相克)’이라는 두 축을 통해 역동적인 균형을 이룬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상생은 성장을, 상극은 안정을 담당하며 건강한 오행 생리 상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 정교한 균형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상모(相侮)’와 ‘상자(相子)’라는 병리적인 관계입니다. 이 심화된 관계론을 이해하는 것은 질병의 발생 원인과 그 전개 과정을 파악하는 오행 생리 진단의 깊이를 더해줍니다.1

상모(相侮) 관계: 억압에 대한 반란, 업신여기고 반격하다

상모에서 ‘모(侮)’는 ‘업신여긴다’ 또는 ‘깔본다’는 뜻을 가집니다. 이는 정상적인 상극(相克) 관계가 역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원래 억제하고 제어해야 할 오행이 오히려 억제당하던 오행에게 거꾸로 공격당하는 반란과 같은 상태입니다. 이는 억제당하던 오행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강해졌거나, 억제하던 오행의 힘이 너무 약해졌을 때 발생합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오행 생리 시스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합니다.

상모의 예시와 생리학적 의미

  • 목모금(木侮金): 정상적으로는 쇠(金)가 나무(木)를 제어하지만(금극목), 간(木)의 기운이 지나치게 항진되면(예: 극심한 스트레스), 거꾸로 폐(金)의 기운을 억압하여 가슴이 답답하거나 기침이 나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수모토(水侮土): 정상적으로는 흙(土)이 물(水)의 범람을 막지만(토극수), 신장(水)의 수기(水氣)가 비정상적으로 넘쳐나면 비위(土)의 소화 흡수 기능을 손상시켜 설사나 부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홍수가 둑을 무너뜨리는 모습과 같습니다.

상자(相子) 관계: 모자(母子) 관계를 따라 흐르는 병의 전이

상자 관계는 상생(相生)의 ‘모자(母子)’ 관계를 따라 질병이 전달되고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방식을 설명합니다. 이는 한 장부의 문제가 다른 장부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예측하게 해주는 중요한 오행 생리 원리입니다.2

모병급자(母病及子): 어머니의 병이 자식에게 미칠 때

이는 어머니에 해당하는 오행의 병이 자식에 해당하는 오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머니가 허약하면 자식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예시 (水 → 木): 신장(水, 母)의 정(精)이 부족하여 허약해지면, 그 자식인 간(木, 子)을 충분히 자양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간혈(肝血)이 부족해져 근육에 쥐가 잘 나거나 어지럼증, 시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병범모(子病犯母): 자식의 병이 어머니를 침범할 때

이는 반대로 자식에 해당하는 오행의 병이 너무 심해져 어머니에 해당하는 오행의 힘까지 빼앗아 가는 현상입니다. 자식이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면 어머니가 지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 예시 (火 → 木): 심장(火, 子)에 열이 지나치게 쌓이면, 그 열이 어머니인 간(木, 母)의 진액과 혈(陰血)을 마르게 하여 간의 기능까지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안구 건조나 옆구리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오행의 병리적 관계를 한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표를 통해 건강한 오행 생리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병리 관계개념관계의 방향성대표 예시 (장부)
상모(相侮)상극 관계의 역전 (반란)피극(被克) → 극(克)간(木)이 폐(金)를 공격
모병급자(母病及子)어머니의 병이 자식에게 전이모(母) → 자(子)신장(水)의 병이 간(木)으로
자병범모(子病犯母)자식의 병이 어머니를 침범자(子) → 모(母)심장(火)의 병이 간(木)으로

이처럼 상모와 상자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찾고, 병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며,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는 한의학이 인체를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심도 있는 오행 생리 철학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이 모든 원리가 총체적으로 인체에 적용되는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조기성, 「오행(五行) 중의 상승(相乘), 상모(相侮) 이론에 대한 고찰과 약국에서의 활용」, 『약학회지』, 2011, 55(4), 313-322. 원문 바로가기
  2. 전국한의과대학 생리학교수 편저, 『동의생리학 (제3판)』, 의방출판사, 2024. (도서 정보) 관련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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