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생리학> 1.2.2 오행 생리의 모든 것: 목화토금수로 풀어보는 인체 사용 설명서

오행(五行)이란 무엇인가? – 5가지 기운으로 본 생명의 원리

오행(五行)을 처음 접할 때, 많은 분들이 단순히 ‘나무, 불, 흙, 쇠, 물’이라는 다섯 가지 물질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오행은 그러한 정적인 물질을 넘어, 우주 만물의 움직임과 변화를 주도하는 다섯 종류의 동적인 기운(氣運) 또는 운동 방식을 의미합니다.1 즉, 오행은 계절이 바뀌고 생명이 자라며, 우리 몸의 기능이 유지되는 근본적인 원리를 설명하는 다섯 가지 상징적 언어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인체에 적용된 것이 바로 오행 생리 이론의 시작점입니다.

각 오행은 고유한 성질을 가지며, 자연 현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기운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몸의 오행 생리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첫걸음입니다.

목(木)의 기운: 위로 솟아오르는 생장(生長)의 힘

목(木)은 봄에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위로, 그리고 밖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 핵심은 성장하고 뻗어 나가는 기운(곡직, 曲直)에 있습니다. 억압된 상태를 싫어하고 자유롭게 뻗어 나가려는 성질이 강하며, 봄의 생동감, 아침의 시작과 같은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 자연 현상: 만물이 소생하는 봄(春), 해가 뜨는 동쪽(東), 그리고 모든 것을 흔들고 퍼뜨리는 바람(風)이 목의 기운에 해당합니다.
  • 오행 생리에서의 역할: 인체의 오행 생리에서 목(木)은 기운을 전신에 막힘없이 소통시키고,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는 시작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화(火)의 기운: 타오르고 확산하는 열정(熱情)의 에너지

화(火)는 불꽃이 위로 타오르고 주변으로 뜨거운 열기를 퍼뜨리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그 본질은 뜨겁고 위로 솟구치는 성질(염상, 炎上)에 있습니다. 화(火)는 오행 중 양(陽)의 기운이 가장 극대화된 상태로, 모든 것을 활발하게 하고 변화의 정점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 자연 현상: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夏), 가장 밝은 남쪽(南), 그리고 뜨거운 열기(熱)가 화의 기운에 속합니다.
  • 오행 생리에서의 역할: 우리 몸의 심장 박동, 체온 유지, 정신 활동 등 가장 활발한 생명 활동을 주관하며 오행 생리의 역동성을 책임집니다.

토(土)의 기운: 모든 것을 품고 변화시키는 안정(安定)의 중심

토(土)는 만물을 싣고, 씨앗을 받아들여 싹을 틔우게 하며, 모든 것을 길러내는 대지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핵심적인 성질은 만물을 받아들이고(수납, 受納), 변화시키며(운화, 運化), 안정시키는 것입니다.2 토(土)는 다른 네 기운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 자연 현상: 계절의 변화를 주관하는 환절기(늦여름), 모든 방향의 기준이 되는 중앙(中央), 그리고 만물을 끈끈하게 연결하는 습기(濕)가 토의 기운입니다.
  • 오행 생리에서의 역할: 인체의 소화, 흡수, 영양 공급 등 영양분을 받아들여 에너지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이 토(土)의 작용이며, 이는 오행 생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금(金)의 기운: 안으로 거두고 결실을 맺는 수렴(收斂)의 힘

금(金)은 단단하고 서늘하며, 기운을 안으로 모아들이는 성질을 가집니다. 가을이 되어 열매가 단단하게 여물고, 나뭇잎이 떨어지며 에너지를 뿌리로 모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수렴하고 아래로 향하며 숙살(肅殺, 맑고 서늘하게 정화함)하는 성질(종혁, 從革)이 금의 특징입니다.

  • 자연 현상: 결실을 맺고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가을(秋), 해가 지는 서쪽(西), 그리고 대기를 마르게 하는 건조함(燥)이 금의 기운에 해당합니다.
  • 오행 생리에서의 역할: 인체에서 금(金)은 기운을 맑게 정화하고 체내의 진액(津液)을 모으며, 불필요한 것을 배출하는 역할을 통해 오행 생리의 질서를 바로잡습니다.

수(水)의 기운: 응축하고 저장하는 근원(根源)의 에너지

수(水)는 물이 항상 아래로 흐르고, 차가운 곳에서 모든 것을 응축시키고 저장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그 본질은 차갑고, 아래로 흐르며, 모든 것을 적시고 저장하는 성질(윤하, 潤下)에 있습니다. 수(水)는 다음 세대의 생명을 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가장 깊숙한 곳에 보관하는 근원적인 힘입니다.

  • 자연 현상: 만물이 휴식하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겨울(冬), 가장 어두운 북쪽(北), 그리고 만물을 얼게 하는 한기(寒)가 수의 기운입니다.
  • 오행 생리에서의 역할: 우리 몸의 정(精)을 저장하고, 생식 기능을 주관하며, 뼈를 튼튼하게 하는 등 생명의 근본 물질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수(水)의 역할입니다. 이는 오행 생리의 뿌리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오행의 다섯 가지 기본 속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오행(五行)핵심 속성계절(季節)방위(方位)기후(氣候)
목(木)생장(生長) / 곡직(曲直)동쪽바람(風)
화(火)번성(蕃盛) / 염상(炎上)여름남쪽열(熱)
토(土)변화(變化) / 가색(稼穡)환절기중앙습기(濕)
금(金)수렴(收斂) / 종혁(從革)가을서쪽건조함(燥)
수(水)저장(貯藏) / 윤하(潤下)겨울북쪽한기(寒)

이처럼 오행은 각기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가지지만,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돕고(상생), 견제하며(상극) 하나의 거대한 순환 시스템을 이룹니다.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오행의 역동적인 관계론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김용진, 「음양오행론의 발생과 그 응용」, 『우석대학교 논문집』, 1999, 21, 239-251. 원문 바로가기
  2. 이천, 『의학입문(醫學入門)』, (조선시대 의학 서적). (원문 정보) 관련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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