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일반> 4-2 심리적 통증 관리법: 뇌과학 기반으로 통증은 그대로, 고통은 반으로

통증과 싸우지 않고 함께하기: 마음챙김 명상의 힘

앞서 다른 인지행동치료가 통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바꾸려는 ‘적극적인 개입’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마음챙김(Mindfulness)은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합니다. 이는 통증을 없애려 싸우는 대신, 오히려 통증과 함께 머무는 법을 배우는 훈련입니다. 마음챙김은 현대 뇌과학이 주목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통증 관리 기법 중 하나입니다.

파도에 맞서지 않고, 파도타기를 배우는 법

통증을 거센 파도에 비유해 봅시다. 파도에 맞서 싸울수록 우리는 더 빨리 지치고 물에 빠지기 쉽습니다. 마음챙김은 파도를 멈추려 애쓰는 대신, 파도의 흐름을 타고 균형을 잡는 서핑 기술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즉, 통증을 포함한 모든 감각과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친절한 호기심을 갖고 알아차리는 훈련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 기반 심리적 통증 관리의 핵심 철학입니다.

고통의 이중 구조: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지혜

마음챙김은 통증으로 인한 우리의 고통이 사실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이를 ‘두 개의 화살’ 비유로 설명합니다.

  • 첫 번째 화살: 피할 수 없는 고통, 즉 통증 자체의 순수한 물리적 감각입니다.
  • 두 번째 화살: 우리가 스스로에게 쏘는 피할 수 있는 고통, 즉 통증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반응입니다. “왜 또 아픈 거야!”, “이 고통은 끔찍해!”, “언제까지 계속될까?”와 같은 저항, 불안, 짜증, 분노가 바로 두 번째 화살입니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통증)을 맞고 어쩔 수 없이 아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 스스로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꽂으며 고통을 몇 배로 증폭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챙김은 바로 이 두 번째 화살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쏘지 않도록 훈련하는 탁월한 심리적 통증 관리 도구입니다.

어떻게 가능한가?: 알아차림과 비판단적 태도

그렇다면 어떻게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요? 마음챙김은 두 가지 핵심 기술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1. 탈동일시 (De-identification): 우리는 흔히 ‘나는 아프다’를 넘어 ‘내가 곧 통증’이라고 느끼며 통증과 나를 동일시합니다. 마음챙김은 이 둘 사이에 안전한 심리적 공간을 만드는 훈련입니다. ‘나는 통증이다’가 아니라, ‘나는 지금 내 몸의 특정 부위에서 날카로운 감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라고 관점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마치 하늘의 구름을 보듯, 통증이라는 감각이 내 안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2. 판단 없이 관찰하기 (Non-judgmental Observation): 통증을 ‘나쁜 놈’, ‘없애야 할 적’으로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두 번째 화살을 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음챙김은 이런 자동적인 판단을 멈추고, 그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갖고 통증 감각 자체를 탐험하도록 안내합니다. ‘아프다’는 뭉뚱그려진 생각 대신, ‘이 감각은 욱신거리는 느낌인가? 찌르는 느낌인가? 뜨거운가, 차가운가? 계속 같은 강도인가, 아니면 파도처럼 변하는가?’ 하고 감각의 구체적인 특성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판단 없이 감각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하면 통증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들고 고통의 크기가 현저히 감소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 기반 심리적 통증 관리의 놀라운 효과입니다.

통증을 대하는 두 가지 마음: 저항 vs. 마음챙김

구분저항하는 마음 (고통 증폭)마음챙김의 마음 (고통 완화)
통증에 대한 태도통증은 나의 적, 반드시 없애야 한다.통증은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 호기심을 갖고 관찰한다.
목표통증에서 ‘도망치기’ (Fighting)통증과 ‘함께 있기’ (Being with)
결과근육 긴장, 불안, 좌절감 증가 (2차 고통 증폭)심리적 저항 감소, 평온함, 통증에 대한 통제감 회복

이 표는 마음챙김이 어떻게 통증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고통을 줄이는지를 보여줍니다.


참고 자료

  1. The Sallatha Sutta (The Arrow). 불교 경전인 ‘살라타 숫타’는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화살(신체적 고통)과 피할 수 있는 두 번째 화살(정신적 고통)의 비유를 통해 고통의 구조를 설명하며, 이는 현대의 마음챙김 기반 심리치료의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됩니다.
  2. Kabat-Zinn, J. (2013). Full Catastrophe Living: Using the Wisdom of Your Body and Mind to Face Stress, Pain, and Illness. Bantam Books.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을 창시한 존 카밧진의 대표 저서로, 마음챙김 명상이 어떻게 만성 통증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그 원리와 방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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