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일반> 4-1 만성 통증 운동,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시작할까?: 통증을 지배하는 ‘올바른 움직임’의 3원칙

움직임이 약이라는 사실을 이제 과학적으로 이해했다면, 다음 질문은 당연히 “그래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일 것입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상태에서 무작정 헬스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성공적인 만성 통증 운동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무작정하는 운동은 독, 똑똑하게 움직이는 법

여기, 통증의 악순환을 끊고 안전하게 기능적 회복을 이끌어내는, 현대 통증 재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올바른 움직임’의 3가지 핵심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들은 당신의 만성 통증 운동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원칙 1: Start Low, Go Slow (낮게 시작해서 천천히 가라)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입니다. 오늘의 만성 통증 운동 목표는 절대 ‘통증이 없던 시절의 나’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통증으로 인해 당신의 몸과 신경계는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사소하고 쉬운 움직임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한 바퀴(약 5분) 걷기’나 ‘침대에 누워 가볍게 무릎 당기기’처럼 말입니다. 목표는 기록 경신이 아니라, ‘이 정도 움직임은 안전하구나’라는 성공의 경험을 뇌에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여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활동량을 늘려나가는 ‘점진적 노출’ 방식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만성 통증 운동 전략입니다.

원칙 2: 활동량 조절 (Pacing): 마라토너처럼 달려라

만성 통증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은 ‘컨디션 좋은 날 몰아서 하고, 아픈 날은 하루 종일 누워있는’ 롤러코스터 같은 활동 패턴입니다. 이를 ‘폭주-휴식 사이클(Boom-Bust Cycle)’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패턴은 ‘무리한 활동 = 통증 악화’라는 공식을 뇌에 각인시켜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키울 뿐입니다. 만성 통증 운동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입니다. 마라토너는 결코 초반에 전력 질주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안배하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페이스 조절(Pacing)’이 핵심입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운동량을 결정하는 대신, 미리 정해진 최소한의 활동 목표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통증의 기복에 내 삶이 휘둘리는 대신, 내가 통증을 관리하는 주도권을 되찾게 됩니다.

원칙 3: 신호등 규칙 (Traffic Light Rule): 내 몸의 신호와 대화하기

통증을 무조건 참는 것도, 무조건 피하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통증이라는 신호를 ‘위험’이 아닌 ‘정보’로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때 유용한 것이 바로 ‘신호등 규칙’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통증 신호를 신호등처럼 여기고, 그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만성 통증 운동을 위한 신호등 규칙

신호등통증 신호 (운동 중 또는 운동 후)나의 행동
● 초록불 (Green)통증이 없거나, 운동 후 기분 좋은 정도의 가벼운 근육통.계획대로 진행하세요. 당신은 안전한 영역에 있습니다.
● 노란불 (Yellow)평소 느끼던 익숙한 통증이 약간 나타나거나 심해짐. (10점 만점에 4~5점 이하)조심해서 진행하세요. 강도나 횟수, 시간을 약간 줄여서 시도해 봅니다.
● 빨간불 (Red)날카롭거나, 찌르거나, 타는 듯한 강한 통증. 새로운 부위의 통증.즉시 멈추세요. 현재의 활동은 몸에 무리를 주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이 표는 통증 신호에 따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용적인 가이드입니다.

이 3가지 원칙은 성공적인 만성 통증 운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약속입니다. 이 약속들을 지킬 때, 우리는 비로소 통증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움직임이 주는 진정한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Graded exercise therapy for chronic pain. Pain Management, NHS Foundation Trust.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통증 관리 가이드라인으로, 점진적 운동 치료(Graded Exercise Therapy)가 통증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신체 기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전략임을 설명합니다. https://www.torbayandsouthdevon.nhs.uk/uploads/25651.pdf
  2. Nielson, W. R., & Jensen, M. P. (2016). Activity Pacing in Chronic Pain: What Is It and Where Do We Go From Here? Pain, 157(3), 537-538. 활동량 조절(Pacing)이 만성 통증 환자가 ‘폭주-휴식 사이클’을 피하고, 활동과 통증 사이의 예측 가능한 관계를 설정하여 기능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핵심적인 자기 관리 전략임을 설명합니다. https://journals.lww.com/pain/Fulltext/2016/03000/Activity_pacing_in_chronic_pain__what_is_it_and.2.aspx
  3. The Traffic Lights Guide to Pacing. Pain-Ed.com by Prof. Peter O’Sullivan & Dr. J.P. Caneiro. 세계적인 통증 연구자들이 만든 환자 교육 자료로, 통증을 ‘신호등’에 비유하여 환자가 자신의 통증을 안전하게 모니터링하고 활동 수준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https://www.pain-ed.com/blog/2018/02/08/the-traffic-lights-guide-to-pacing-exercise-and-activity-for-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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