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일반> 3-2 만성 통증 약물 치료 가이드: 내게 맞는 진통제, 똑똑하게 고르는 법

특수 임무 부대: 보조 진통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일반 진통제가 듣지 않는 통증, 특히 신경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신경병증성 통증’ 앞에서는 기존의 무기들이 무력해지기 쉽습니다. 이때, 우리는 특수 훈련을 받은 정예 부대와 같은 약물들을 투입해야 합니다. 바로 ‘보조 진통제(Adjuvant Analgesics)’입니다. 이 약물들은 현대의 만성 통증 약물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고장 난 신경계를 직접 타겟하는 약물

보조 진통제는 이름 그대로 본래 통증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은 아닙니다. 원래는 우울증이나 뇌전증(간질)과 같은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연구 과정에서 특정 통증, 특히 신경병증성 통증을 조절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만성 통증 약물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이 약들은 단순히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고장 난 신경계 자체를 안정시키는 특수 임무를 수행합니다.

항우울제 (둘록세틴, 아미트립틸린 등): 뇌의 천연 진통 시스템을 강화하다

우울하지 않은데 왜 항우울제를 처방할까요? 그 이유는 우리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에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 우리 뇌에는 ‘하행성 통증 조절’이라는 천연 진통 시스템이 있고, 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핵심 연료가 바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특정 항우울제들은 뇌에서 이 연료들이 더 오랫동안,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도와줍니다. 즉, 뇌 스스로 통증을 억제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섬유근육통처럼 전신 통증과 함께 우울감, 피로감을 동반하는 만성 통증 약물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항경련제 (프레가발린, 가바펜틴 등): 과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다

뇌전증(간질)은 뇌신경이 비정상적으로 과흥분하여 발작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항경련제는 바로 이 과흥분된 신경을 안정시키고 진정시키는 약입니다. 그런데 신경병증성 통증의 원인 역시 손상된 말초신경이 과흥분하여 멋대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놀라운 유사점을 발견했습니다. 항경련제는 뇌뿐만 아니라, 과흥분 상태에 빠진 말초신경에도 작용하여 비정상적인 통증 신호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고장 난 경보기의 전압을 안정시켜 오작동을 막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처럼 찌르고 저리는 듯한 만성 통증 약물 치료의 핵심 전략입니다.

보조 진통제의 두 가지 핵심 전략

약물 종류주요 작용 원리타겟 통증 / 질환비유
항우울제뇌의 통증 억제 시스템 강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증가)신경병증성 통증, 섬유근육통, 만성 두통‘천연 진통제’ 공장의 생산 효율을 높임
항경련제과흥분된 신경세포 안정화, 비정상적 신호 전달 억제신경병증성 통증 (찌르는 통증, 저림), 삼차신경통‘고장 난 경보기’의 전압을 안정시킴

이 표는 두 종류의 보조 진통제가 어떻게 다른 기전으로 신경병증성 통증과 같은 까다로운 통증을 조절하여 만성 통증 약물 치료에 활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참고 자료

  1. Finnerup, N. B., Attal, N., Haroutounian, S., McNicol, E., Baron, R., Dworkin, R. H., … & Jensen, T. S. (2015). Pharmacotherapy for neuropathic pain in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The Lancet Neurology, 14(2), 162-173.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메타분석 연구 중 하나로, 항우울제(TCA, SNRI)와 특정 항경련제(프레가발린, 가바펜틴)를 1차 치료 약물로 강력히 권고합니다.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eur/article/PIIS1474-4422(14)70251-0/fulltext
  2. Marks, D. M., Shah, M. J., Patkar, A. A., Masand, P. S., Park, G. Y., & Pae, C. U. (2009).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for pain control: a systematic review of the efficacy and adverse effects of milnacipran and duloxetine. CNS neuroscience & therapeutics, 15(2), 154–167. SNRI 계열 항우울제(둘록세틴 등)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하행성 통증 조절 경로를 강화함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는 기전을 설명합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494025/
  3. Neuropathic Pain Medications. Johns Hopkins Medicine. 가바펜틴과 프레가발린 같은 항경련제가 어떻게 신경세포의 칼슘 채널에 작용하여 과도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줄여, 손상된 신경을 안정시키는지 그 원리를 설명합니다. https://www.hopkinsmedicine.org/health/conditions-and-diseases/neuropathic-pain/neuropathic-pain-med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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