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일반> 2-3 원인 모를 통증의 정체: ‘침해가소성 통증’과 마음의 역할

제3의 통증: ‘침해가소성 통증 (Nociplastic Pain)’이란?

온갖 검사를 다 해봐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당신의 통증. 그 정체는 바로 ‘제3의 통증’이라 불리는 침해가소성 통증일 수 있습니다. 이는 통증 의학 분야에서 비교적 최근에 정립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원인 불명 통증으로 고통받던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이해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고장 난 것은 당신의 몸이 아니라, ‘통증 조절 시스템’입니다

침해가소성 통증은 2017년, 세계적인 국제통증연구학회(IASP)에서 공식적으로 정의한 새로운 통증 분류입니다. 핵심적인 정의는, 명확한 조직 손상(침해성 통증의 원인)이나 신경계의 질병 및 손상(신경병증성 통증의 원인)의 증거가 없는데도 발생하는 통증이라는 점입니다. 즉, 문제가 발생한 곳은 당신의 뼈나 근육, 혹은 말초신경이 아니라, 통증 신호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우리 몸의 관제 센터, 바로 뇌와 척수(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중추신경 감작’ 개념을 다시 가져와 비유해 보겠습니다. 침해성 통증이 ‘실제 화재’라면, 신경병증성 통증은 ‘고장 난 화재경보기’입니다. 그렇다면 침해가소성 통증은 무엇일까요? 이는 화재도, 경보기 고장도 아닌데, 소방서 관제 센터에서 멋대로 비상벨을 울리고 소방차를 출동시키는 상태와 같습니다. 통증을 감지하고, 해석하고, 억제하는 ‘인식’과 ‘조절’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러한 침해가소성 통증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섬유근육통 (Fibromyalgia): 전신에 걸친 만성적인 통증과 함께 극심한 피로, 수면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이 동반되지만, 검사상으로는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 과민성 대장 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 특별한 장 질환이 없는데도 만성적인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 또는 변비가 반복됩니다.
  • 일부 만성 질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일부 만성 요통, 만성 두통, 턱관절 장애 등도 침해가소성 통증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통증의 세 가지 유형

구분침해성 통증 (1유형)신경병증성 통증 (2유형)침해가소성 통증 (3유형)
문제의 원인실제 조직 손상 (근육, 뼈 등)신경계 자체의 손상통증 조절 시스템의 기능 이상
비유실제 화재고장 난 화재경보기오작동하는 관제 센터
대표 질환타박상, 골절, 관절염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섬유근육통, 과민성 대장 증후군

이 표는 통증의 세 가지 핵심 유형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하게 비교하여 보여줍니다.


참고 자료

  1.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 (IASP). (2017). IASP Terminology: Nociplastic Pain. 침해가소성 통증(Nociplastic Pain)을 ‘명백한 실제 조직 손상이나 위협으로 인한 통각수용기 활성화 또는 체성감각 시스템의 질병이나 병변의 증거 없이 변경된 통각 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으로 공식 정의합니다. https://www.iasp-pain.org/resources/terminology/#nociplasticpain
  2. Nijs, J., et al. (2021). Nociplastic pain: towards an understanding of prevalent pain conditions. The Clinical journal of pain, 37(9), 652–659. 침해가소성 통증이 중추신경 감작을 핵심 병태생리로 하며, 섬유근육통과 같은 질환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리뷰 논문입니다. https://journals.lww.com/clinicalpain/fulltext/2021/09000/nociplastic_pain__towards_an_understanding_of.5.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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