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종류: 유해성, 신경병증성, 심인성 통증
‘아프다’는 경험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칼에 베었을 때의 날카로운 아픔, 전기가 오듯 찌릿한 좌골신경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지는 원인 모를 허리 통증은 모두 ‘통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발생 기전, 즉 통증의 원리는 완전히 다릅니다.1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통증의 종류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통증을 발생 원리에 따라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 즉 ‘유해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그리고 ‘심인성 통증(또는 통각변조성 통증)’으로 나누어 그 특징과 차이점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분류를 이해하는 것은 복잡한 통증의 원리를 파악하는 첫걸음입니다.
1. 정상적인 경보 시스템: 유해성 통증 (Nociceptive Pain)
유해성 통증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정상적인’ 통증입니다. 이는 뼈, 근육, 피부 등 신체 조직이 실제로 손상되었을 때, 그 손상 부위의 유해수용기가 활성화되어 발생하는 통증입니다.2 즉,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계 자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외부의 명확한 유해 자극에 대해 충실히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통증의 원리입니다.
- 특징: 주로 욱신거리거나, 쑤시거나, 날카로운 양상으로 나타나며 통증의 위치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 기능: 우리 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손상된 부위를 더 이상 움직이지 않도록 하여 치유를 돕는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예시: 골절, 타박상, 화상, 수술 후 통증,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 고장 난 통증 회로: 신경병증성 통증 (Neuropathic Pain)
신경병증성 통증은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계 자체에 손상이나 질병이 생겨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통증입니다.3 이는 경보 시스템의 ‘센서’가 아닌, ‘전선’이나 ‘중앙 관제 시스템’ 자체가 고장 나, 아무런 유해 자극이 없는데도 멋대로 통증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 통증의 원리는 유해성 통증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 특징: 화끈거림, 전기가 오듯 찌릿함, 칼로 베는 듯함, 감각이 무뎌지거나 오히려 과민해지는 등 매우 기이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 기능: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없으며, 그 자체가 질병으로 작용하여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줍니다.
- 예시: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방사통(좌골신경통), 뇌졸중 후 통증 등이 대표적입니다.
3. 마음과 몸의 연결고리: 심인성 통증 (Psychogenic Pain)
심인성 통증은 명확한 신체적 손상이나 신경계의 질병 없이, 우울, 불안, 극심한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감정적 요인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통증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통각변조성 통증(Nociplastic Pain)’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의 통증 조절 시스템(변연계 등)에 기능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이 역시 복잡한 통증의 원리를 보여줍니다.4
- 특징: 통증의 위치나 강도가 불분명하고, 감정 상태에 따라 통증이 심하게 변동하며, 여러 검사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기능: 이는 통증이 ‘가짜’이거나 ‘꾀병’이라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뇌가 실제로 통증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몸과 마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예시: 긴장성 두통, 섬유근육통, 일부 만성 요통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이 심리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구분 | 유해성 통증 | 신경병증성 통증 | 심인성/통각변조성 통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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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원인 | 실제 조직 손상 | 신경계 손상/기능 이상 | 심리적 요인/통증 조절 실패 |
통증 양상 | 욱신거림, 쑤심, 날카로움 | 화끈거림, 찌릿함, 저림 | 모호하고 광범위함, 감정 따라 변동 |
치료 접근 | 소염진통제, 원인 제거 |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 신경 조절 약물 | 정신건강의학과적 접근, 인지행동치료 |
이처럼 통증은 그 발생 통증의 원리에 따라 전혀 다른 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내 통증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근육 손상에 의한 유해성 통증, 신경 압박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통증은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몸이 스스로 통증을 조절하는 놀라운 능력, ‘내인성 통증 억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통증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국제통증학회(IASP). “IASP Terminology”. IASP. Available from: https://www.iasp-pain.org/resources/terminology/ (내용 기반으로 의학적 사실 재구성)
- Metamedic. “통증은 어떻게 분류하는가?”. 2015. Available from: https://metamedic.co.kr/content/633d0b6ea4ed1b2b79dff00e
- 대한신경과학회. “신경병증성 통증”. 2019. Available from: http://bbs.neuro.or.kr/space/workshop/19/spring00edu04.pdf
- Christopher & Dana Reeve Foundation. “통증”. 2025. Available from: https://www.christopherreeve.org/international/korean-hub/v/2차-질환과-건강-관리/통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