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Macnab> 16. 통증의 원리, 뇌는 어떻게 통증을 느끼고 기억하는가? (급성통증부터 만성통증까지)

4단계: 뇌에서의 통증 인지 (Perception)

지금까지 우리는 통증 신호가 말초에서 발생하여(전환), 척수를 향해 전달되고(전달), 척수에서 1차적으로 조절되는(조절)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통증의 여정, 그 마지막 단계인 ‘인지(Perception)’의 세계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척수라는 관문을 통과한 통증 신호는 마침내 우리 몸의 최종 지휘 본부인 ‘뇌’에 도착합니다. 바로 이 뇌에서 비로소 우리는 ‘아프다’고 느끼고, 그 아픔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1 이번 글에서는 통증이 단순한 감각 신호가 아니라, 어떻게 감정, 기억, 생각과 결합하여 하나의 복합적인 ‘통증 경험’으로 완성되는지, 그 최종적인 통증의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뇌에서의 통증 인지는 어느 한 부위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이 참여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습니다. 각 영역이 자신의 파트를 연주하며, 이들이 모여 ‘통증’이라는 하나의 교향곡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만성 통증의 원리를 파악하는 핵심입니다.

통증 신호의 중앙 환승역: 시상 (Thalamus)

척수를 타고 올라온 모든 통증 신호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뇌의 중앙에 위치한 ‘시상(Thalamus)’입니다. 시상은 우리 몸의 모든 감각 정보가 모이는 ‘중앙 우체국’ 또는 ‘환승 터미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2 이곳에서 통증 신호는 1차적으로 분류되고, 각각의 전문 부서, 즉 대뇌 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보내질 준비를 합니다. 이 단계는 통증의 원리에서 정보가 뇌로 분산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통증의 위치와 강도를 파악하는 지도: 체성감각피질 (Somatosensory Cortex)

시상에서 분류된 통증 신호의 일부는 ‘체성감각피질’로 전달됩니다. 이곳은 우리 몸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 ‘상황실’과 같습니다. 체성감각피질은 통증이 어디에서 오는지(위치), 얼마나 강한지(강도), 그리고 어떤 느낌인지(날카로운지, 욱신거리는지)와 같은 감각적, 분석적 정보를 처리합니다. 우리가 “왼쪽 둘째 발가락 끝이 찌르듯이 아프다”고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영역 덕분입니다. 이 분석적 과정 역시 중요한 통증의 원리 중 하나입니다.3

“아, 기분 나빠!” 통증에 감정을 입히는 변연계 (Limbic System)

하지만 통증은 단순히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정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통증을 느낄 때 불쾌하고, 두렵고, 불안한 감정을 함께 느낍니다. 통증의 이러한 ‘정서적 측면’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감정과 기억의 중추인 ‘변연계’, 특히 편도체(Amygdala)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입니다.4

통증 신호가 이 영역을 활성화시키면, 단순한 감각 정보는 ‘고통’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의 옷을 입게 됩니다. 과거의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며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지거나, 통증 때문에 우울해지는 현상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납니다. 이 감정적 결합은 만성 통증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뇌 영역주요 역할 (비유)담당하는 통증의 측면
시상 (Thalamus)감각 정보의 환승 터미널신호 중계 및 분배
체성감각피질우리 몸의 정밀 지도감각적/분석적 측면 (위치, 강도, 성격)
변연계 (편도체 등)감정과 기억의 관제탑정서적/감정적 측면 (불쾌감, 두려움)
전두엽 (전전두피질)최고 의사결정 기구 (CEO)인지적/평가적 측면 (의미 부여, 대처)

결론적으로 ‘통증’은 뇌의 특정 부위 한 곳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영역이 함께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경험입니다. 감각 정보에 감정과 생각이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통증’이 완성되는 복합적인 통증의 원리를 이해해야만, 우리는 왜 같은 강도의 자극에도 사람마다 통증을 다르게 느끼는지, 왜 마음이 힘들면 몸이 더 아픈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통증이 더 아파지는 이유, 즉 우리 신경계가 통증에 점점 더 예민해지는 ‘감작(Sensitization)’ 현상에 대해 알아보며, 급성통증이 만성통증으로 변해가는 통증의 원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1. Tracey, I., & Mantyh, P. W. (2007). “The cerebral signature for pain perception and its modulation”. Neuron, 55(3), 377–391.
  2. CogniFit. “두뇌의 일부- 두뇌 해부”. CogniFit. Available from: https://www.cognifit.com/kr/brain-parts
  3. Kandel, E. R., Schwartz, J. H., & Jessell, T. M. (2000).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4th ed.”. McGraw-Hill, Health Professions Division.
  4. 사이언스타임즈. (2020). “고통을 제어하는 뇌 영역 찾아냈다”. Available from: https://www.sciencetimes.co.kr/?p=20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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