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관문: 뼈의 구조를 살피는 ‘X-ray 검사’
요통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검사는 대부분 X-ray입니다. 빠르고 간편하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X-ray는 요통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학적 수사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1 비록 통증의 주범인 디스크나 신경을 직접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척추라는 건물의 ‘뼈대’가 튼튼한지, 전체적인 구조에 문제는 없는지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기초 요통 정밀검사입니다.
X-ray가 알려주는 것: 척추의 ‘겉모습’과 구조적 문제
X-ray는 우리 몸을 통과하는 방사선의 흡수 차이를 이용해 뼈와 같은 단단한 조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요통 정밀검사입니다. 의사는 X-ray 사진을 통해 마치 건물의 설계도를 보듯 척추의 전체적인 모양과 정렬 상태를 평가하고,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구조적 단서들을 찾아냅니다.
- 척추의 정렬 및 만곡: 척추가 옆으로 휘는 측만증이나 뒤로 휘는 후만증과 같은 척추 변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퇴행성 변화: 척추뼈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있거나(디스크 높이 감소), 뼈끝이 가시처럼 뾰족하게 자라난 골극이 형성된 것을 통해 척추의 노화, 즉 퇴행성 변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2
- 척추 불안정성: 허리를 숙이고 펼 때 척추뼈가 비정상적으로 앞뒤로 밀리는 ‘불안정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적 촬영(dynamic view)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는 척추전방전위증과 같은 질환을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 골절 및 종양: 외상으로 인한 척추 압박 골절이나, 드물게는 뼈를 파괴하는 종양이나 감염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X-ray는 요통 정밀검사의 시작점에서 뼈에서 비롯된 명백한 구조적 이상을 스크리닝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X-ray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 통증의 진짜 범인, 연부 조직
X-ray는 매우 유용한 검사이지만, 그 역할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바로 요통의 가장 흔한 원인인 디스크나 신경과 같은 연부 조직(Soft tissue)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3 이는 마치 자동차의 뼈대(프레임)만 찍어서는 엔진(디스크)이나 전기 배선(신경)의 고장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X-ray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 디스크가 실제로 터져 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는가?
- 척추관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가?
- 신경이나 인대, 근육에 염증이나 손상이 있는가?
이 때문에 “X-ray 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아프죠?”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뼈에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요통 환자에게 X-ray 결과는 ‘정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X-ray가 요통 정밀검사로서 쓸모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역할이 뼈의 구조를 평가하는 데 국한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구분 | X-ray로 확인할 수 있는 것 (뼈의 문제) | X-ray로 확인할 수 없는 것 (연부 조직 문제) |
---|---|---|
구조 | 척추 정렬, 골절, 척추 불안정성, 퇴행성 관절염 | 디스크 파열, 척추관 협착, 인대 손상 |
정보의 성격 | 전체적인 뼈의 상태를 보는 ‘숲’의 정보 | 신경, 디스크 등 세밀한 상태를 보는 ‘나무’의 정보 |
역할 | 심각한 뼈 질환을 배제하는 기초 스크리닝 검사 |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정밀 진단 |
결론적으로, X-ray는 요통 정밀검사의 첫 단추로서, 뼈의 구조적인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심각한 질환을 배제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통증의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디스크와 신경을 직접 볼 수 있는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4
다음 글에서는 X-ray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뼈의 구조를 3차원 단면으로 보여주는 CT 검사가 어떤 경우에 필요하고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Kendrick, D., Fielding, K., Bentley, E., et al. (2001). “Radiography of the lumbar spine in primary care patients with low back pain: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The 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 51(465), 267–273.
- 바른신경외과. “척추 진단, MRI·CT·X-ray 뭐가 다를까?”. 브런치. 2025. Available from: https://brunch.co.kr/@@cIM2/564
- 헬스조선. “X-ray 검사 정상인데, 왜 허리가 아픈 걸까?”. 2022. Available from: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2082302118
- Jarvik, J. G., & Deyo, R. A. (2002). “Diagnostic evaluation of low back pain with emphasis on imaging”.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37(7), 586–597. Available from: 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0003-4819-137-7-200210010-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