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Macnab> 13. 요통 정밀검사, 통증의 진짜 범인을 찾는 과학적 수사 과정 (X-ray, MRI, 근전도 검사 총정리)

모든 진단의 시작: 문진과 신체 검진의 중요성

MRI가 척추 속을 들여다보고, CT가 뼈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대에,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몸을 만져보는 과정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요? 정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입니다. 첨단 장비는 우리 몸의 ‘구조’를 보여줄 뿐, 환자가 느끼는 ‘기능’의 문제나 통증의 미묘한 양상까지 알려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요통 정밀검사의 시작과 끝은 환자와의 대화(문진)와 의사의 손(신체 검진)에 있습니다. 이 고전적인 방법들이 어떻게 통증의 실체에 다가가는 강력한 도구가 되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첫 번째 퍼즐 조각: 환자의 이야기 속에 숨은 단서들 (문진)

문진(병력 청취)은 의사가 환자의 경험이라는 퍼즐 조각을 모아 질환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입니다. 환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단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됩니다. 의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통증의 성격을 파악합니다.1

  • 통증의 성격과 위치: 통증이 욱신거리는지, 칼로 베는 듯 날카로운지, 전기가 오듯 찌릿한지 등을 파악합니다. 또한 통증이 허리에만 국한되는지, 아니면 엉덩이나 다리까지 뻗어 나가는지(방사통) 확인하여 신경 압박의 가능성을 가늠합니다.
  • 악화 및 완화 요인: “허리를 숙일 때 아프다”면 디스크 파열을, “허리를 펴거나 걸을 때 아프고 구부리면 편하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이처럼 자세에 따른 통증 변화는 두 질환을 감별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입니다.2
  • ‘위험 신호(Red Flag Signs)’ 확인: 설명할 수 없는 체중 감소, 발열, 밤에 심해지는 통증, 외상 경력, 암 병력 등은 단순한 퇴행성 질환이 아닌 감염, 종양, 골절 등의 심각한 원인을 시사하는 ‘위험 신호’일 수 있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체계적인 문진 과정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가장 필요한 요통 정밀검사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 퍼즐 조각: 몸이 말하는 객관적인 증거들 (신체 검진)

문진을 통해 얻은 심증을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하는 과정이 바로 신체 검진입니다. 의사는 눈과 손, 그리고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환자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직접 확인합니다.3

핵심 신경학적 검사

신경 압박이 의심될 때, 의사는 신경계의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검사를 시행합니다.

  1. 근력 검사 (Motor Test): 특정 근육의 힘이 약해졌는지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발뒤꿈치로 걷게 하여 발목을 들어 올리는 힘(L5 신경)을, 까치발로 걷게 하여 발목을 내리는 힘(S1 신경)을 평가합니다.
  2. 감각 검사 (Sensory Test): 솜이나 핀 등을 이용해 특정 피부 영역(피부분절)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예민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3. 심부건반사 검사 (Deep Tendon Reflex): 반사 망치로 무릎이나 아킬레스건을 두드려 신경 반사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특정 반사의 소실은 해당 신경근의 심각한 손상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4. 하지 직거상 검사 (SLR Test):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려 디스크로 인한 신경근 자극 증상을 유발하는 고전적이고 유용한 검사입니다.
단서 (Clue)의심 질환: 디스크 파열의심 질환: 척추관 협착증
자세와 통증숙이면 악화, 펴면 완화펴면 악화, 구부리면 완화
SLR 검사양성인 경우가 많음 (다리를 올릴 때 방사통)음성인 경우가 많음
신경 증상하나의 신경근을 따라 뚜렷하게 나타남여러 신경 영역에 걸쳐 모호하게 나타나는 경향

이처럼 문진과 신체 검진은 요통 정밀검사라는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고 용의자를 압축하는 필수적인 예비 수사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는 X-ray, CT, MRI 중 어떤 영상 검사가 필요할지, 혹은 신경의 기능 자체를 평가하는 근전도 검사가 필요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잘 관찰하고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4

다음 글에서는 이 예비 수사를 마치고 들어가는 첫 번째 요통 정밀검사, ‘X-ray’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Deyo, R. A., Rainville, J., & Kent, D. L. (1992). “What can the history and physical examination tell us about low back pain?”. JAMA, 268(6), 760–765. Available from: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article-abstract/400438
  2. Jarvik, J. G., & Deyo, R. A. (2002). “Diagnostic evaluation of low back pain with emphasis on imaging”.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37(7), 586–597. Available from: 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0003-4819-137-7-200210010-00010
  3. 국가건강정보포털. “요통”. 건강정보. Available from: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3796
  4. Wheeler, A. H., & Murrey, D. B. (2000). “Evaluation of the patient with low back pain”. In: Frymoyer JW, ed. The adult spine: principles and practice. 2nd ed. Philadelphia: Lippincott-Raven, 1997:301-16. (내용 기반으로 의학적 사실 재구성)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