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 감압술과 유합술
지난 글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척추관 협착증이 다양한 보존적 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보존적 치료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척추관 신경압박’이 매우 심각하여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지거나, 신경 손상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1 수술은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을 넘어, 신경의 기능을 보존하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수술을 고려해야 할까?
수술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명확한 기준에 해당할 때 권장됩니다.
- 참을 수 없는 통증과 심각한 기능 저하: 3~6개월 이상 충분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조절되지 않고, 신경인성 파행이 너무 심해 걷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할 때.
- 진행하는 신경학적 결손: 다리의 힘이 눈에 띄게 빠지는 마비 증상이 점차 악화되거나, 감각 저하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는 등 신경 손상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될 때.
- 마미총 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 발생: ‘척추관 신경압박’이 매우 심해져 척수 신경 말단부(마미총)가 손상되면서 대소변 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기거나 회음부(항문 주변) 감각이 마비되는 경우. 이는 영구적인 장애를 남길 수 있는 응급 상황으로,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2
수술의 핵심 목표: 신경의 길을 넓혀주는 ‘감압술’
척추관 협착증 수술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목표는 ‘감압(Decompression)’, 즉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신경 감압술은 ‘척추관 신경압박’을 유발하는 물리적인 원인들을 직접 제거하여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입니다.3 마치 좁은 터널의 벽을 깎아내고 장애물을 치워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수술을 통해 의사는 두꺼워진 황색인대를 잘라내고, 신경을 누르는 후관절의 일부와 불필요하게 자라난 뼈(골극)를 정밀하게 제거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절개로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이면서 문제 부위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감압술만으로도 신경 압박이 충분히 해소된다면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척추의 안정을 위한 추가 공사: ‘척추 유합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감압술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물을 너무 많이 제거하여 척추뼈 자체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거나, 수술 전부터 이미 척추뼈가 어긋나 있는 ‘척추전방전위증’이 동반된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는 감압술과 더불어 척추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척추 유합술(Spinal Fusion)을 함께 시행합니다.4
유합술은 불안정한 척추 분절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위아래 뼈를 하나로 합쳐 고정하는 수술입니다. 주로 의료용 나사못과 금속 막대를 이용하여 척추뼈를 단단히 고정하고, 뼈 이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두 뼈가 한 덩어리로 붙게 만듭니다. 이는 감압술이라는 ‘철거 공사’ 후에 약해진 건물을 보강하기 위해 ‘지지대를 세우는 공사’를 추가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합술은 수술 범위가 크고 인접 마디의 퇴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시행됩니다.
수술법 | 핵심 목표 | 주요 대상 | 수술 개념 (비유) |
---|---|---|---|
신경 감압술 | 신경 압박 해소 (길 넓히기) | 척추 불안정성이 없는 대부분의 협착증 | 좁아진 터널 벽을 깎아내는 공사 |
척추 유합술 | 척추 안정성 확보 (뼈 고정하기) | 척추 불안정증, 척추전방전위증 동반 시 | 철거 후 약해진 건물에 지지대 세우기 |
수술은 ‘척추관 신경압박’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수술 결정은 MRI 영상 소견, 환자의 증상, 나이,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사와 환자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신중하게 내려야 합니다. 다음 마지막 글에서는 지금까지 다룬 척추관 협착증의 모든 내용을 총정리하고, 이 질환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명한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 Weinstein, J. N., Tosteson, T. D., Lurie, J. D., et al. (2008). “Surgical versus nonsurgical therapy for lumbar spinal stenosi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58(8), 794–810. Available from: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0707136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척추관 협착증”. 건강정보. 2023. Available from: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4047
- 서울아산병원.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수술해야 할까요?”. 건강이야기. 2024. Available from: https://news.amc.seoul.kr/news/con/detail.do?cntId=10037
- Forsth, P., Ólafsson, G., Carlsson, T., et al. (2016).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Fusion Surgery for Lumbar Spinal Stenosi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4(15), 1413–1423. Available from: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513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