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 첫걸음: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분들이 “결국 수술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걱정과 두려움부터 앞섭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마비가 급격히 진행되거나 대소변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응급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척추관 협착증은 수술이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닙니다. 좁아진 척추관을 다시 넓히는 것은 수술로만 가능하지만, ‘척추관 신경압박’으로 인한 통증과 기능 장애는 수술 없이도 충분히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보존적 치료(Conservative Treatment)’입니다.1
보존적 치료의 목표는 닳아 없어진 구조물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통증을 조절하고, 신경 기능을 보존하며,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척추관 신경압박’을 다스리는 다양한 보존적 치료법들의 종류와 그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하나. 증상을 다스리는 약물 치료
약물 치료는 보존적 치료의 가장 기본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여러 기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증상의 종류와 심각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약물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됩니다.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신경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약물입니다.
-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 저리고, 시리고, 화끈거리는 것과 같은 신경 자체의 손상으로 인한 통증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을 안정시켜 통증 신호를 줄여줍니다.
- 혈액순환 개선제: ‘척추관 신경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인성 파행의 핵심 원인인 ‘신경 허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압박받는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여, 걸을 때 나타나는 다리 통증을 완화시켜 줍니다.2
- 근육이완제: 허리 통증으로 인해 뭉친 주변 근육을 풀어주어 2차적인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둘. 척추의 힘을 길러주는 물리 치료 및 운동 요법
약물 치료가 당장의 불을 끄는 역할이라면, 물리 치료와 운동 요법은 척추가 스스로 안정을 찾고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한 기둥을 세우는 과정입니다.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3
- 허리 굴곡 운동: 협착증 환자는 허리를 앞으로 구부릴 때 척추관이 넓어져 편안함을 느낍니다. 따라서 자전거 타기, 특정 스트레칭 등 허리를 과도하게 펴지 않는 굴곡 운동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 코어 근육 강화: 복부와 등,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는 ‘천연 복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척추의 불안정성을 줄여 만성적인 ‘척추관 신경압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 자세 교육 및 생활 습관 교정: 허리를 꼿꼿이 펴는 자세를 피하고, 걷다가 힘들면 바로 쉬어가는 등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 통증의 핵심 부위를 직접 공략하는 신경차단술(주사 치료)
보존적 치료의 ‘해결사’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경차단술, 흔히 말하는 ‘뼈 주사’입니다. 이는 단순히 통증을 잠시 잊게 하는 마취 주사가 아닙니다. 영상 장치(C-arm)를 보면서 ‘척추관 신경압박’이 가장 심한 부위를 정확히 찾아, 그 주변에 강력한 소염 작용을 하는 약물(스테로이드)과 국소마취제를 직접 주입하는 매우 정밀한 치료법입니다.4
이 치료의 핵심 원리는 신경 주변에 발생한 염증과 부종을 효과적으로 가라앉혀, 신경이 압박받는 상황을 개선하고 통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데 있습니다. 통증이 극심한 환자에게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며, 통증이 줄어든 기간 동안 환자가 적극적으로 운동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치료법 | 주요 원리 | 기대 효과 |
---|---|---|
약물 치료 | 염증 억제, 신경 안정, 혈액순환 개선 | 통증 및 저림 증상 완화 |
물리/운동 치료 | 척추 주변 근력 강화, 유연성 확보 | 척추 안정성 증가, 기능 개선, 재발 방지 |
신경차단술(주사) | 신경 주위의 염증과 부종 직접 제거 | 빠르고 강력한 통증 조절 효과 |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기에 완치의 개념보다는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위에 소개된 다양한 보존적 치료법들을 환자의 상태에 맞게 적절히 조합하고 꾸준히 시행한다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때, 어떤 경우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Amundsen, T., Weber, H., Nordal, H. J., et al. (2000). “Lumbar spinal stenosis: conservative or surgical management?: A prospective 10-year study”. Spine, 25(11), 1424–1436. Available from: https://pubmed.ncbi.nlm.nih.gov/10828941/
- 이준호, & 하성한. (2000). “요추부 척추관 협착증의 보존적 치료”. 대한척추외과학회지, 7(1), 114-120. Available from: https://www.krspine.org/pdf/10.4184/jkss.2000.7.1.114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척추관 협착증”. N 의학정보. Available from: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DIS&medid=AA000149
- Friedly, J. L., Comstock, B. A., Turner, J. A., et al. (2014). “A randomized trial of epidural glucocorticoid injections for spinal stenosi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1(1), 11–21. Available from: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313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