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좁아진 것을 넘어: 만성적인 신경 손상의 시작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척추관 신경압박’을 단순히 ‘신경 통로가 좁아진 상태’로만 이해해서는 그 심각성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한번 좁아진 후 그대로 멈춰있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신경에 지속적인 손상을 가하며 서서히 기능을 앗아가는 동적이고 만성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걷기 힘든 통증도 괴롭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압박을 방치했을 때 찾아오는 신경 자체의 비가역적인 손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척추관 신경압박’이 어떻게 만성적인 신경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합니다.
신경의 생명선, 혈액 공급이 차단된다
신경 세포도 우리 몸의 다른 세포들과 마찬가지로 원활한 혈액 공급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아야만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척추관 신경압박’은 좁아진 통로를 지나는 신경 다발 자체를 누를 뿐만 아니라, 그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 혈관들까지 함께 압박합니다.1 특히 걷거나 서 있을 때 척추관이 더욱 좁아지면, 신경으로 가는 혈류는 거의 차단에 가까운 상태가 됩니다. 이를 ‘신경 허혈(nerve ischemia)’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만성적인 허혈 상태가 반복되면 신경은 점차 영양실조에 빠지게 됩니다. 신경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수초’가 벗겨지고, 신경 세포 자체가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기능이 잠시 떨어졌다가 회복되지만, 압박과 허혈이 수년 이상 지속되면 신경은 결국 영구적인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척추관 신경압박’을 조기에 관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통증을 넘어선 위험 신호: 감각 저하와 근력 약화
만성적인 신경 손상은 통증 외에 다른 형태로 우리 몸에 신호를 보냅니다. 바로 감각이 둔해지고 근력이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이는 신경의 기능이 점차 소실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심각한 경고입니다.2
- 서서히 진행되는 감각 저하: 처음에는 다리가 저리고 시린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점차 발바닥이나 다리의 감각이 무뎌집니다. 마치 두꺼운 양말을 여러 겹 신은 것처럼 남의 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각 저하는 낙상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 나도 모르게 약해지는 근력: 근력 약화 역시 서서히 찾아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걸음이 불안정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폭이 줄어들며 종종걸음을 걷게 됩니다. 심한 경우 발목을 들어 올리는 힘이 약해져 발을 끌게 되거나, 괄약근 기능에까지 문제가 생겨 대소변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최악의 상황(마미총 증후군)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3
진행 단계 | 주요 기전 | 대표적인 증상 (위험 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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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가역적 단계) | 간헐적인 신경 허혈 | 신경인성 파행 (걷거나 서면 다리가 터질 듯 아프고, 쉬면 완화) |
중기 (기능 저하 단계) | 만성적인 신경 혈류 장애 | 지속적인 저림, 감각 저하 (남의 살 같은 느낌) |
말기 (비가역적 손상) | 신경 세포의 사멸 | 뚜렷한 근력 약화, 보행 장애, 괄약근 기능 이상 |
중요한 점은, 한번 손상된 신경은 완전히 회복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4 나중에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더라도, 이미 신경 기능이 상당 부분 소실된 후라면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는 영구적인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척추관 신경압박’은 단순히 통증을 관리하는 질환을 넘어, 신경의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통증이 줄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감각이나 근력에 미세한 변화라도 느껴진다면 이를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증상들을 바탕으로 의사가 어떻게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해 나가는지, 그 구체적인 진단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박진영병원. “척추협착증은?”. 질환정보. Available from: https://www.jyphospital.com/spinal/page05.html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척추관 협착증”. N 의학정보. Available from: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DIS&medid=AA000149
- Heliovaara, M., et al. (1987). “Lumbar spinal stenosis: a Finnish multicenter study”. Journal of spinal disorders, 10(3), 213-8. (이론적 근거 제공)
- 이대서울병원.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꼭 해야하나요?”. 건강이야기. 2024. Available from: https://seoul.eumc.ac.kr/m/health/nutrition/view.do?bbs_no=25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