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 협착증의 핵심 증상, ‘신경인성 파행’의 정체
앞선 글에서 우리는 척추관 협착증이 퇴행성 변화의 합작품에 의해 신경 통로가 좁아지는 병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척추관 신경압박’은 우리 몸에 어떤 특징적인 신호를 보낼까요? 그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증상이 바로 ‘신경인성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입니다. ‘파행(跛行)’이란 ‘다리를 절다’는 뜻으로, 신경인성 파행은 신경 문제로 인해 걷는 데 장애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1 이는 척추관 협착증을 허리 디스크와 구분 짓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이기도 합니다.
걷다, 서다, 쉬다: 고통의 반복적인 패턴과 그 이유
신경인성 파행은 매우 독특하고 일정한 패턴을 보입니다. 바로 ‘걸으면 아프고, 쉬면 괜찮아지는’ 현상의 반복입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호소합니다.
“처음에는 괜찮은데, 50m, 100m 정도 걷다 보면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고 저려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길가에 쪼그려 앉아 잠시 쉬면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져요. 그래서 다시 걷기 시작하면, 또 똑같은 증상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의 ‘자세’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2
- 악화 (걷거나 서 있을 때): 우리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걷거나 서 있으면, 척추의 정상적인 S자 만곡(요추 전만)으로 인해 척추관 뒤쪽의 황색인대가 안으로 접히고, 이미 좁아져 있는 척추관은 더욱 좁아집니다. 이로 인해 ‘척추관 신경압박’이 극대화되고, 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서 다리에 극심한 통증과 저림, 무력감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 완화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을 때): 반대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으면 척추관 뒤쪽 공간이 일시적으로 넓어지게 됩니다.3 이는 마치 꽉 조이던 압박에서 잠시 풀려나는 것과 같아서, 신경에 가해지던 압력이 줄어들고 혈류가 다시 원활해지면서 통증이 빠르게 완화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이 유모차나 쇼핑 카트에 상체를 기댄 채 걷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구부려 ‘척추관 신경압박’을 스스로 완화시키는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내 다리 통증, 신경 문제일까 혈관 문제일까?
‘걷다가 아파서 쉬어야 하는’ 증상은 다리로 가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혈관성 파행(Vascular Claudication)’과 매우 유사하여 감별이 중요합니다. 혈관성 파행은 주로 동맥경화로 인해 다리 근육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발생합니다. 두 질환은 원인이 전혀 다르므로, 치료법 또한 완전히 다릅니다.4
구분 | 신경인성 파행 (척추관 신경압박) | 혈관성 파행 (말초동맥질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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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인 | 척추 신경의 압박 | 다리 동맥의 협착, 혈액순환 장애 |
통증 양상 | 저림, 시림, 감각 이상, 터질 듯한 느낌 | 근육이 쥐어짜는 듯한 경련성 통증 |
증상 완화 방법 | 자세를 바꾸면(허리 구부림, 앉기) 완화 | 활동을 멈추기만 해도 완화 |
자전거 타기 | 허리를 구부리고 타므로, 통증 없이 오래 탈 수 있음 | 다리 운동이므로, 통증이 유발되어 타기 힘듦 |
동반 증상 | 허리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음 | 발이 차갑거나, 발의 맥박이 약하게 만져짐 |
이처럼 신경인성 파행은 ‘척추관 신경압박’의 존재를 알려주는 매우 구체적이고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 신호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걷는 즐거움은 물론 일상의 자유마저 빼앗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패턴의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감별하고, 만성적인 ‘척추관 신경압박’이 더 진행되기 전에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 차이를 보다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Munekata, M., et al. (2016). “The Pathophysiology of Neurogenic Claudication”.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5(11), 101. (이론적 근거 제공)
- 세브란스병원. “척추관협착증 [Spinal stenosis]”. 건강정보. 2024. Available from: https://sev.severance.healthcare/health/encyclopedia/disease/system.do?mode=view&articleNo=67071
- 박정율. (2005). “요부 척추관 협착증의 병태생리”. Neurospine, 2(4), 306-311. Available from: https://www.e-neurospine.org/upload/pdf/01-박정율-완.pdf
- Ha, S., Park, H., & Han, C. (2016). “The Effect of Lumbar Spinal Stenosis on Results of Treatment in Peripheral Arterial Disease”. Journal of the Korean Orthopaedic Association, 51(5), 357-362. Available from: https://jkoa.org/DOIx.php?id=10.4055/jkoa.2016.51.5.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