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 위치에 따라 증상도 다르다? L4/L5 vs L5/S1 디스크 전격 비교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디스크 신경자극’이 통증의 핵심 원리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문적인 영역으로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혹시 진료실에서 의사로부터 “4번, 5번 디스크 문제입니다” 혹은 “5번과 1번 꼬리뼈 사이 디스크입니다” 와 같은 설명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는 모든 허리 디스크가 똑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며, 문제가 발생한 척추의 ‘위치(레벨)’에 따라 통증의 양상과 신경학적 증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욱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 허리 디스크 파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두 부위, 요추 4-5번(L4-L5)과 요추 5번-천추 1번(L5-S1) 디스크 파열 시 나타나는 증상 차이를 명확하게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신경의 고속도로, 분기점을 이해하라: 피부분절과 근육분절
우리 척추에서 빠져나온 각각의 신경근은 마치 고속도로 분기점처럼 저마다 담당하는 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특정 신경근이 감각을 책임지는 피부 영역을 ‘피부분절(Dermatome)’이라 하고, 운동을 담당하는 근육 그룹을 ‘근육분절(Myotome)’이라고 합니다.1 따라서 특정 위치의 디스크가 파열되어 해당 신경근에 ‘디스크 신경자극’을 가하면, 통증과 증상은 바로 그 신경이 담당하는 피부분절과 근육분절을 따라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디스크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사례 1: 요추 4-5번(L4-L5) 디스크 파열 (L5 신경근 자극)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 파열은 허리 디스크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이 위치에서 디스크가 터져 나오면 바로 그 뒤를 지나는 제5번 요추 신경근(L5 nerve root)이 주로 압박을 받게 됩니다.2 이때 나타나는 증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증 및 감각 이상 경로: 엉덩이에서 시작하여 허벅지의 바깥쪽 측면을 타고 내려가, 종아리의 앞쪽 또는 바깥쪽을 지나 발등과 엄지발가락까지 뻗치는 양상을 보입니다.
- 주요 감각 저하 부위: 발등,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발가락 사이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대표적인 근력 약화: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힘(족무지 신전근)과 발목을 위로 들어 올리는 힘(족관절 배측굴곡)이 약해집니다. 이로 인해 걸을 때 발 앞부분이 끌리는 ‘족하수(Foot drop)’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한 응급 신호입니다.3
사례 2: 요추 5번-천추 1번(L5-S1) 디스크 파열 (S1 신경근 자극)
요추 4-5번 다음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가 바로 가장 아래쪽 허리뼈와 꼬리뼈가 만나는 요추 5번-천추 1번 사이의 디스크입니다. 이곳의 ‘디스크 신경자극’은 주로 제1번 천추 신경근(S1 nerve root)에 영향을 미칩니다.4
- 통증 및 감각 이상 경로: 엉덩이에서 시작하여 허벅지와 종아리의 정중앙, 즉 뒤쪽 라인을 따라 곧장 내려가 발바닥이나 발의 바깥쪽 날, 새끼발가락 쪽으로 뻗어 나갑니다.
- 주요 감각 저하 부위: 발의 바깥쪽 날과 발바닥의 감각이 둔해질 수 있습니다.
- 대표적인 근력 약화: 발목을 아래로 뻗는 힘(족관절 족저굴곡)이 약해집니다. 이 때문에 ‘까치발’로 서거나 걷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또한 이 신경근은 아킬레스건 반사를 담당하므로, 심부건반사 검사 시 아킬레스건 반사가 감소하거나 소실되는 특징적인 소견을 보입니다.
구분 | L4-L5 디스크 파열 (L5 신경근 자극) | L5-S1 디스크 파열 (S1 신경근 자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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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통 경로 | 엉덩이 → 허벅지/종아리 바깥쪽 → 발등, 엄지발가락 | 엉덩이 → 허벅지/종아리 뒤쪽 → 발바닥, 새끼발가락 |
주요 근력 약화 | 엄지발가락, 발목 들어 올리기 (보행 시 발 끌림, 족하수) | 발목 아래로 뻗기 (까치발 서기 어려움) |
반사 기능 변화 | 일반적으로 뚜렷한 변화 없음 (내측 햄스트링 반사 감소 가능) | 아킬레스건 반사(발목 반사)의 감소 또는 소실 |
이처럼 내 다리의 어느 부위가 아프고 저린지, 어떤 동작에서 힘이 빠지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디스크 신경자극’이 발생한 위치를 상당히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의사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경향이며, 사람마다 신경의 주행 경로에 변이가 있거나 여러 레벨에 걸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최종 진단은 반드시 MRI와 전문가의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내려져야 합니다.5
다음 마지막 글에서는, 지금까지 알아본 ‘디스크 신경자극’에 대한 모든 내용을 총정리하고, 이 고통스러운 질환을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Patel, E., & Perloff, M. D. (2018). “Radiculopathy: A Review”. Seminars in neurology, 38(6), 684–690. Available from: https://www.ncbi.nlm.nih.gov/pubmed/30541133
- Dydyk, A. M., Ngnitewe Massa, R., & Mesfin, F. B. (2023). “Disc Herniation”. In StatPearls. StatPearls Publishing. Available from: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441822/
- 바이오타임즈. “정형외과 진료 기준으로 살펴보는 허리디스크 단계별 증상은?”. 2024. Available from: https://www.bio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370
- Jordan, J., Konstantinou, K., & O’Dowd, J. (2011). “Herniated lumbar disc”. BMJ clinical evidence, 2011, 1118. Available from: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275147/
- Amin, R. M., Andrade, N. S., & Neuman, B. J. (2017). “Lumbar Disc Herniation”. Current reviews in musculoskeletal medicine, 10(4), 507–516. Available from: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685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