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확인하는 신경 압박: MRI 검사가 필요한 이유
앞선 글들을 통해 우리는 환자의 증상과 이학적 검사(하지 직거상 검사 등)를 통해 ‘디스크 신경자극’의 존재를 강력하게 ‘추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추정을 넘어선 ‘확증’이 필요합니다. 범인을 특정했으니, 이제 명백한 물증을 확보할 차례인 셈이죠.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즉 MRI 검사입니다. MRI는 우리 몸의 단면을 상세하게 보여줌으로써, ‘디스크 신경자극’의 원인과 정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강력하고 정밀한 진단 도구입니다.1
왜 X-ray나 CT가 아닌 MRI일까?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면 보통 X-ray부터 찍습니다. X-ray는 뼈의 전반적인 정렬 상태나 골절 여부, 척추 간격이 좁아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결정적으로 통증의 주범인 디스크나 신경과 같은 연부 조직을 보여주지 못합니다.2 CT(컴퓨터 단층촬영)는 X-ray보다 정밀하여 뼈의 구조나 석회화된 병변을 보는 데는 유리하지만, 여전히 디스크와 신경의 상태를 선명하게 구분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MRI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MRI는 강력한 자기장과 고주파를 이용하여 인체 내부의 수소 원자핵에서 나오는 신호를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원리를 사용합니다. 덕분에 뼈는 물론, 수분을 많이 포함한 디스크, 신경, 근육, 인대 등 모든 연부 조직을 매우 높은 해상도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스크 신경자극’의 원인을 찾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미경’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MRI가 알려주는 결정적 정보들
정밀한 MRI 영상을 통해 의사는 마치 척추 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처럼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3
- 디스크의 상태: 디스크의 수분이 얼마나 빠져나가 검게 변했는지(퇴행성 변화), 디스크의 높이는 얼마나 주저앉았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 파열의 정도와 형태: 디스크가 단순히 부풀어 오른 팽윤 단계인지, 터져 나온 돌출 또는 탈출 단계인지, 심지어 조각나서 떠다니는 분리 단계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 파열의 방향: 수핵이 후방 중앙으로 터졌는지, 아니면 신경근이 지나가는 길목인 후외측으로 터졌는지 그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방향에 따라 어떤 신경이 눌리고 증상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결정됩니다.4
- 신경 압박의 정도: 밀려 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얼마나, 어떻게 누르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디스크 신경자극’의 심각도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검사 종류 | 주요 관찰 대상 | 장점 | 단점 |
---|---|---|---|
X-ray | 뼈의 구조, 정렬, 간격, 골절 | 저렴하고 빠르며, 기본적인 뼈의 상태 확인에 용이함. | 디스크, 신경 등 연부 조직을 볼 수 없음. 방사선 노출. |
CT | 뼈의 세밀한 구조, 석회화 병변, 척추관 협착 정도 | X-ray보다 뼈를 훨씬 자세히 볼 수 있고, MRI보다 빠름. | 연부 조직 대조도가 낮아 디스크와 신경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음. 방사선 노출량이 많음. |
MRI | 디스크, 신경, 인대, 근육 등 모든 연부 조직 | ‘디스크 신경자극’의 원인과 정도를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 방사선 노출 없음. | 비용이 비싸고 검사 시간이 김. 폐소공포증 환자는 어려울 수 있음. |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내비게이션
결론적으로, MRI 검사는 단순히 진단을 확정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내비게이션’ 역할을 합니다. 신경 압박이 심하지 않고 염증이 주된 문제라면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고, 디스크 파열이 심하고 근력 약화와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5 이 모든 판단의 근거를 MRI가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가 MRI 검사를 권유한다면, 이는 ‘디스크 신경자극’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을 찾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디스크 파열이 의심되는 부위별 증상 차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 참바른병원. “척추질환 대표 검사(X-Ray,CT,MRI) 차이점 비교”. 척추/관절 정보. 2022. Available from: http://chambarun.kr/63/?bmode=view&idx=12412336
- 헬스경향. “엑스레이·CT·MRI, 뭐가 다를까”. 2023. Available from: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65710
- 모커리한방병원. “MRI를 꼭 찍어야 하나요??”. 온라인 상담. 2012. Available from: https://www.mokhuri.com/facialpalsy/m/06_counsel/counsel02.php
- 나무위키. “추간판 탈출증”. Available from: https://namu.wiki/w/추간판 탈출증
- 예스병원. “목이나 허리디스크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MRI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FAQ. 2021. Available from: http://www.hospitalyes.co.kr/bbs/board.php?bo_table=faq&wr_id=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