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기 관리: 불안정한 기둥을 강화하라
급성기의 화학적 불길을 소염제와 주사 치료로 진압했다면, 이제 우리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한번 손상된 디스크는 이전처럼 완벽하게 튼튼한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찢어진 섬유륜은 흉터 조직으로 아물고, 수분이 빠져나간 디스크는 높이가 낮아진 채로 남게 됩니다. 이는 마치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 즉 구조적으로 약해진 통증의 진원지 위에 건물이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미세 불안정성’이라는 새로운 적과의 싸움이 시작되며, 치료의 목표는 ‘무너진 기둥을 다시 강화하는 것’으로 전환됩니다.
당신의 척추를 위한 ‘내부 코르셋’: 코어 근육 강화
우리 척추는 뼈만으로 서 있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척추뼈 하나하나를 감싸고 있는 심부 근육들, 특히 복횡근(Transverse abdominis)과 다열근(Multifidus) 같은 ‘코어 근육’이 척추를 복대처럼 단단히 잡아주어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 우리 몸은 이 중요한 코어 근육을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는 척추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켜 만성 통증의 악순환을 만듭니다.
따라서 만성기 관리의 핵심은, 이 자연 코르셋, 즉 코어 근육을 다시 활성화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헬스장에서 복근 운동을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 맥켄지 신전 운동 (McKenzie Extension Exercise): 엎드린 상태에서 팔꿈치로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 등으로, 디스크의 압력을 줄여주고 디스크가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유도하며, 허리 주변 심부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 복식 호흡 (Diaphragmatic Breathing): 숨을 깊게 들이마셔 배를 부풀리고 내쉬는 과정에서, 복횡근을 비롯한 심부 코어 근육이 자연스럽게 수축하고 이완되는 것을 느끼는 훈련입니다. 모든 코어 운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시작점입니다.
일상의 재설계: 자세 교정과 생활 습관 개선
아무리 좋은 운동으로 코어 근육을 강화해도, 일상에서 계속 척추를 무너뜨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습니다. 통증의 진원지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하는 잘못된 자세와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은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앉는 자세: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허리 뒤에 작은 쿠션을 받쳐 요추의 정상적인 전만 곡선을 유지해야 합니다.
- 물건 들기: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드는 것은 디스크에 최악의 행동입니다. 항상 무릎을 구부려 몸을 낮추고, 물건을 몸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서 다리 힘으로 들어 올려야 합니다.
- 금연과 체중 조절: 흡연은 디스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퇴행을 가속화하며, 과체중은 척추에 가해지는 부하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이 두 가지는 만성 요통 관리의 필수 요소입니다.
전략 | 목표 | 구체적인 실천 방법 |
---|---|---|
코어 운동 | 내부 코르셋 강화 (척추 안정성 확보) | 맥켄지 운동, 복식 호흡, 전문가의 지도에 따른 점진적 근력 강화 |
자세 교정 | 외부 스트레스 차단 (디스크 압력 감소) | 인체공학적 의자 사용, 올바른 앉기/서기/물건 들기 자세 습관화 |
생활 습관 개선 | 회복 환경 조성 (디스크 퇴행 지연) | 금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걷기 운동 |
급성기의 치료가 의사의 역할(소염제, 주사)이 더 중요했다면, 만성기의 관리는 전적으로 환자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약해진 통증의 진원지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그 주변을 튼튼하게 보강하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긋지긋한 만성 통증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디스크성 요통의 모든 것을 총정리하며, 이 질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Hides, J. A., Jull, G. A., & Richardson, C. A. (2001). Long-term effects of specific stabilizing exercises for first-episode low back pain. Spine, 26(11), E243–E248. https://journals.lww.com/spinejournal/Abstract/2001/06010/Long_Term_Effects_of_Specific_Stabilizing.3.aspx
- Chou, R., et al. (2007). Nonpharmacologic therapies for acute and chronic low back pain: a review of the evidence for an American Pain Society/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clinical practice guideline.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47(7), 492–504. 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0003-4819-147-7-200710020-0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