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기 관리: 화학적 불길을 잡아라
진단을 통해 ‘디스크성 요통’이라는 범인의 실체가 드러났다면, 이제는 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섬유륜이 막 찢어지고, 디스크 내부에서 ‘화학적 염증’이라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급성기(Acute Phase)에는 치료의 목표가 매우 명확합니다. 바로 “화학적 불길을 잡고, 추가적인 손상을 막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관리는 통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으로의 이행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급성기에는 통증의 진원지인 손상된 디스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무조건 침대에 누워만 있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벼운 활동을 유지하는 ‘적극적 안정’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디스크 압력을 높이는 행동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치료 1단계: 소염제를 이용한 초기 진압
급성 디스크성 요통 치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무기는 바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입니다. 이 약물들은 단순히 통증을 잊게 하는 진통제와는 다릅니다. 이들은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주범인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화학물질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의 진원지에서 타오르는 화학적 불길 자체를 끄는 역할을 합니다. 즉, 원인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치료법입니다.
치료 2단계: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를 이용한 집중 진압
먹는 약으로 불길이 잘 잡히지 않거나 통증이 매우 심할 때, 의사들은 더 강력한 소방수, 즉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Epidural Steroid Injection)’를 투입합니다.
- 원리: 이는 영상 장치(C-arm)를 보면서, 염증이 발생한 통증의 진원지, 즉 손상된 디스크와 신경 뿌리 주변 공간(경막외 공간)에 직접 바늘을 위치시켜 강력한 항염증제인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 효과: 마치 산불의 발화점에 직접 소화액을 쏟아붓는 것처럼, 스테로이드는 국소 부위의 강력한 화학적 염증을 매우 효과적으로 가라앉힙니다. 이를 통해 신경의 화학적 자극을 줄여 통증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환자가 재활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치료 단계 | 목표 | 주요 치료법 |
|---|---|---|
| 초기 대응 | 통증의 진원지 안정화 추가 손상 방지 | 적극적 안정 (통증 유발 자세 회피) 물리치료 (냉찜질 등) |
| 1차 치료 | 전반적인 염증 제어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복용 |
| 2차 치료 (통증 심할 시) | 국소 부위의 강력한 염증 진압 |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
중요한 것은, 급성기 치료의 목표가 손상된 디스크를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찢어진 섬유륜은 흉터를 남기며 아물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화학적 염증의 불길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급성기 치료의 핵심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당신의 허리 통증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긋지긋한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통증의 진원지에 발생한 불을 끄는 데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급성기의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후, 만성적인 통증과 불안정성을 관리하기 위한 근본적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Koes, B. W., van Tulder, M., & Thomas, S. (2006). Diagnosis and treatment of low back pain. BMJ (Clinical research ed.), 332(7555), 1430–1434. https://www.bmj.com/content/332/7555/1430
- Manchikanti, L., et al. (2012).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the effectiveness of transforaminal epidural injections in managing lumbar disc herniation. Pain Physician, 15(5), E575–E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