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Macnab> 10. 통증의 진원지: 신경을 안 누르는데 허리가 아픈 진짜 이유, 디스크성 요통

진단하기: 통증의 진원지를 어떻게 확인할까?

이전 장에서 우리는 디스크성 요통의 특징적인 ‘지문’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는 이러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당신의 통증은 바로 이 디스크에서 비롯된 것이 맞습니다”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디스크성 요통의 진단은 마치 안개 속에서 진짜 통증의 진원지를 찾아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MRI 사진 한 장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며, 환자의 이야기와 영상의학적 단서, 그리고 때로는 직접적인 자극을 통한 확인 과정이 모두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첫걸음: 당신의 이야기 (병력 청취)

디스크성 요통 진단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단연 환자의 병력 청취입니다.[1] 이전 장에서 설명했던 특징들—허리 중앙의 깊숙한 통증, 앉거나 숙일 때 악화되는 양상, 다리 저림이 없거나 무릎 위로 국한되는 연관통 등—이 당신의 이야기 속에 얼마나 일관되게 나타나는지가 진단의 90%를 결정합니다. 의사는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용의자들 중에서 ‘디스크 자체의 문제’를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리게 됩니다.

두 번째 단서: MRI에 숨겨진 흔적들

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디스크성 요통’이 강력하게 의심될 때, MRI는 그 심증을 굳히는 객관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경이 눌려있지 않다고 해서 MRI가 정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의사는 신경 압박 여부 대신, 디스크 자체가 병들었다는 다른 종류의 증거, 즉 진짜 통증의 진원지를 가리키는 흔적들을 찾습니다.

  • 블랙 디스크 (Black Disc): MRI T2 강조 영상에서 정상 디스크는 수분이 풍부하여 하얗게 보입니다. 하지만 퇴행이 진행된 디스크는 수분을 잃어 검게 변하는데, 이를 ‘블랙 디스크’라고 합니다. 이 소견 자체가 통증의 원인은 아니지만, 여러 디스크 중 유독 한두 개의 디스크만 검게 변해있고 그 위치가 환자의 통증 부위와 일치한다면 유력한 단서가 됩니다.
  • 고신호강도 구역 (High-Intensity Zone, HIZ): 이것은 디스크성 요통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소견입니다. MRI T2 영상에서, 디스크 섬유륜의 뒤쪽에 밝게 빛나는 작은 점이나 띠가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섬유륜이 찢어진 부위(방사형 파열)에 염증성 액체가 고여있음을 의미하며,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분포하는 바로 그 부위입니다. 따라서 HIZ는 통증을 유발하는 섬유륜 파열이 있다는 매우 신뢰도 높은 영상의학적 증거, 즉 통증의 진원지의 강력한 표식입니다.[2]

최종 확인: 디스크 조영술 (Provocative Discography)

환자의 증상과 MRI 소견이 일치하여 특정 디스크가 통증의 진원지로 강력하게 의심될 때, 특히 수술과 같은 침습적인 치료를 고려하기 전에 시행할 수 있는 확진 검사가 바로 ‘디스크 조영술’입니다.

  • 검사 방법: 영상 장치를 보면서, 의심되는 디스크 내부에 가느다란 바늘을 삽입하여 조영제라는 액체를 주입합니다.
  • 진단적 의미: 이때, 특정 디스크에 조영제를 주입하자마자 환자가 “아, 선생님! 바로 이 통증이에요!”라고 외친다면, 즉 환자가 평소에 느끼던 통증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그 디스크가 바로 통증의 원인임이 확진됩니다. 반면, 옆에 있는 정상 디스크에 주입했을 때는 단순한 압력감만 느껴질 뿐, 평소와 같은 통증은 재현되지 않습니다.[3]
진단 단계목표핵심 확인 사항
1단계: 병력 청취용의선상 좁히기축성 통증, 기계적 양상, 연관통 등 특징적인 증상 확인
2단계: MRI 검사객관적 단서 확보신경 압박이 아닌, 블랙 디스크나 HIZ(고신호강도) 소견 확인
3단계: 디스크 조영술통증의 진원지 확진의심되는 디스크 자극 시, 평소 통증이 똑같이 재현되는지 확인

이처럼 디스크성 요통의 진단은 여러 단계의 추리를 거쳐 이루어집니다. 환자의 정확한 증상 설명이 진단의 시작이며, MRI는 보조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디스크 조영술은 최종적인 확증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진짜 통증의 진원지를 찾아냈을 때, 비로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진단된 디스크성 요통을, 급성기와 만성기로 나누어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DePalma, M. J., Ketchum, J. M., & Saullo, T. (2011). What is the source of chronic low back pain and does age matter? A descriptive study of 1000 consecutive patients. Pain Medicine, 12(8), 1234–1243. https://academic.oup.com/painmedicine/article/12/8/1234/1865917
  2. Aprill, C., & Bogduk, N. (1992). High-intensity zone: a diagnostic sign of painful lumbar disc on magnetic resonance imaging. The British Journal of Radiology, 65(773), 361–369. https://www.birpublications.org/doi/10.1259/0007-1285-65-773-361
  3. Walsh, T. R., Weinstein, J. N., Spratt, K. F., Lehmann, T. R., Aprill, C., & Donelson, R. (1990). Lumbar discography in normal subjects. A controlled, prospective study. The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American Volume, 72(7), 1081–1088.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