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디스크성 요통: 무너진 댐, 척추의 미세 불안정성
급성기의 폭풍 같은 통증이 지나가고 나면, 어떤 환자들은 완전히 회복되지만, 또 다른 환자들은 지긋지긋하고 은근한 만성 통증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크게 아프진 않은데, 늘 허리가 묵직하고 뻐근해요.”, “오래 앉아있거나 서 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 와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이 만성적인 통증의 배후에는, 찢어진 섬유륜이나 화학적 염증과는 또 다른 범인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미세 불안정성(Micro-instability)’입니다. 이는 만성 디스크성 요통을 일으키는 세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통증의 진원지입니다.
미세 불안정성: 낡은 타이어로 달리는 자동차
척추 디스크는 척추뼈들을 연결하고 안정시키는 ‘댐’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퇴행으로 인해 디스크의 수분이 빠지고 높이가 낮아지면, 이 댐의 높이가 낮아지고 구조가 약해진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 척추 분절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1]
이 상태에서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바람 빠진 낡은 타이어로 자동차가 달릴 때 차체가 심하게 덜컹거리는 것처럼, 약해진 디스크는 척추 마디가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덜컹거리고, 비정상적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을 허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미세 불안정성’입니다.
불안정성이 통증을 일으키는 과정
이 미세한 덜컹거림은 그 자체로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만성적인 통증의 진원지가 됩니다.
- 후관절 과부하: 디스크가 제 역할을 못하니, 척추의 뒤쪽에서 관절을 이루는 ‘후관절(Facet joint)’에 과도한 체중과 스트레스가 집중됩니다. 이는 후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하고, 허리 뒤쪽의 묵직한 통증을 만들어냅니다.
- 인대 및 근육의 과긴장: 척추가 불안정하게 흔들리자, 우리 몸은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의 인대를 늘리고 허리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꽉 긴장시킵니다. 이 과도한 근육의 긴장은 만성적인 근육통과 뻣뻣함의 원인이 됩니다.
- 염증의 재발: 미세한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과거에 찢어졌던 섬유륜 부위에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집니다. 이는 아물었던 상처가 자꾸 덧나는 것처럼,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고 통증을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1차 문제 | 2차 문제 | 최종 결과 (통증의 진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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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퇴행 및 높이 감소 | 척추 분절의 미세 불안정성 발생 | 지속적인 만성 디스크성 요통 |
미세 불안정성 | 후관절에 스트레스 증가 | |
주변 인대 및 근육의 과긴장 |
결국, 만성 디스크성 요통의 핵심은 ‘구조의 실패’입니다. 척추의 중심 기둥인 디스크가 무너지면서, 주변 구조물들이 그 부담을 떠안다가 결국 모두 지쳐버리는 상황인 것입니다.[2] 따라서 이 단계의 치료는 단순히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을 넘어, ‘코어 근육 강화 운동’ 등을 통해 척추를 안정시키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무너진 댐 주변에 튼튼한 보강 공사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당신의 허리가 특정 자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거나, 오래 앉거나 서 있으면 뻐근한 통증이 심해진다면, 그 통증의 진원지는 바로 이 ‘미세 불안정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원인(섬유륜 파열, 화학적 염증, 미세 불안정성)이 만들어내는 ‘디스크성 요통’의 특징적인 증상들을 총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Panjabi, M. M. (1992). The stabilizing system of the spine. Part I. Function, dysfunction, adaptation, and enhancement. Journal of Spinal Disorders, 5(4), 383-389.
- Izzo, R., et al. (2013). Biological and clinical features of the intervertebral disc degener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Sciences, 9(7), 724-734. https://www.ijbs.com/v09p072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