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Macnab> 10. 통증의 진원지: 신경을 안 누르는데 허리가 아픈 진짜 이유, 디스크성 요통

젊은 디스크 vs 낡은 디스크: 모든 것은 퇴행에서 시작된다

디스크성 요통, 즉 신경을 누르지 않는데도 허리가 아픈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모든 문제의 시작점인 ‘디스크 퇴행(Disc Degeneration)’의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척추뼈와 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디스크)은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탱탱하고 촉촉했던 ‘젊은 디스크’가 점차 메마르고 주저앉는 ‘낡은 디스크’로 변해가는 과정,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서막이자, 허리 디스크가 통증의 진원지가 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젊은 디스크: 완벽한 충격 흡수 장치

10대, 20대의 건강한 디스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완벽한 충격 흡수 장치 중 하나입니다. 그 구조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 수핵 (Nucleus Pulposus): 디스크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8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진 젤리 같은 물질입니다. 이 높은 수분 함량 덕분에 디스크는 뛰어난 탄력성을 가지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 섬유륜 (Annulus Fibrosus): 수핵을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매우 질기고 강인한 섬유 조직입니다. 튼튼한 타이어처럼 수핵이 밖으로 밀려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젊고 건강한 디스크는 수분과 탄력이 풍부하여, 우리가 걷고, 뛰고, 물건을 드는 모든 활동에서 발생하는 충격으로부터 척추뼈와 신경을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낡은 디스크: 기능이 저하된 통증의 진원지

하지만 20대 중반을 기점으로 디스크의 퇴행은 서서히 시작됩니다. 나이가 들고,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면서 디스크는 다음과 같이 변해갑니다.[1]

  • 수분 손실과 높이 감소: 가장 큰 변화는 수핵의 수분 함량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젤리가 푸석푸석한 건포도처럼 변하면서, 디스크의 전체적인 높이가 낮아지고 충격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MRI T2 강조 영상에서 젊은 디스크는 하얗게 보이지만, 퇴행된 디스크는 수분을 잃어 검게 보이는 ‘블랙 디스크(Black Disc)’ 소견을 보입니다.
  • 섬유륜의 약화와 균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섬유륜 역시 탄력을 잃고 약해집니다. 낡은 타이어에 균열이 가듯, 섬유륜에도 미세한 균열(tear)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디스크 내부의 수핵이 밖으로 새어 나올 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됩니다.
구분젊은 디스크 (건강한 상태)낡은 디스크 (퇴행성 상태)
MRI 소견 (T2)하얗고 밝게 보임 (높은 수분 함량)검고 어둡게 보임 (블랙 디스크)
기능뛰어난 충격 흡수 및 유연성충격 흡수 능력 저하, 척추 불안정성 유발
구조촉촉한 수핵, 튼튼한 섬유륜마른 수핵, 균열이 생긴 약한 섬유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디스크 퇴행 자체가 즉시 통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퇴행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약해지고 구조가 변한 디스크는 더 이상 안정적인 충격 흡수 장치가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즉 잠재적인 ‘통증의 진원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약해진 디스크의 껍질, 즉 섬유륜이 실제로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급성 디스크성 요통’의 메커니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Adams, M. A., & Roughley, P. J. (2006). What is intervertebral disc degeneration, and what causes it?. Spine, 31(18), 2151–2161. https://journals.lww.com/spinejournal/Abstract/2006/09010/What_Is_Intervertebral_Disc_Degeneration,_and.22.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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