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Macnab> 09. 몸의 증거: 의사의 손은 어떻게 MRI처럼 정확하게 통증의 원인을 찾아내는가?

몸의 증거 ⑦ 하지 직거상 검사(SLR): 디스크 진단의 시그니처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의사들이 반드시 시행하는 검사 중 하나가 하지 직거상 검사(Straight Leg Raise, SLR)입니다. 이 검사는 침상에 바로 누운 채 다리를 곧게 펴고 천천히 들어올릴 때, 어느 각도에서 엉덩이와 다리 뒤쪽으로 통증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디스크성 신경 압박의 몸의 증거를 확보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1]

SLR 검사의 원리, 아픈 이유는?

SLR 검사에서 다리를 들어올리면, 허리에서 나오는 좌골 신경(sciatic nerve)이 쭉 당겨집니다. 만약 추간판(디스크)이 탈출되어 이 신경을 누르거나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면, 신경이 당겨지는 순간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뒤쪽까지 저릿하거나 찌릿한 통증—즉 방사통—이 유발됩니다. 이는 단순한 근육통과는 다르게, 신경이 손상됐다는 명확한 몸의 증거가 됩니다.

통증이 발생하는 각도별 의미

하지 직거상 검사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아프다”가 아니라 몇 도에서 통증이 시작되는가입니다.

통증 발생 각도임상적 의미주요 원인
0~30°심한 신경 압박, 급성 디스크 탈출 가능성 높음급성, 중증 추간판 탈출증
30~60°가장 진단적 가치가 큰 범위, 전형적 좌골신경통일반적 디스크, 경증~중등도 신경근 압박
60° 이상근육성 요통, 고관절 질환 등 비신경성 원인 가능근육 긴장, 고관절·천장관절 문제

이 검사의 민감도는 높지만(신경 압박이 있으면 대개 양성), 때로 위양성(허리 근육 질환 등으로도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학적 이상 소견(근력 약화, 감각 저하, 반사 저하)과 SLR 양성이 함께 나타나면, 그 자체만으로도 디스크로 인한 신경근 압박의 몸의 증거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1]

SLR 검사는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 반응을 추적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치료 후 검사 각도가 개선되면(예: 30°였던 통증 발생 각도가 60°로 상승) 신경 압박이 완화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SLR 검사는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과 의사의 객관적 관찰이 일치하는 순간에 드러나는, ‘진료실 안의 MRI’와 같은 소중한 몸의 증거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더 정교하게 허리 통증을 감별하는 여러 특수 검사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Tomaszewski, W. J., et al. (2016). Straight leg raise (SLR) test: diagnostic accuracy and clinical significance. Journal of Pain Research, 9, 495-506. https://pubmed.ncbi.nlm.nih.gov/2704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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