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증거 ⑤ 감각 검사: 무뎌진 감각이 가리키는 지도
이전 장에서 우리는 근육의 힘(근력)을 통해 신경의 ‘운동 기능’을 평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번에는 신경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인 ‘감각 기능’을 평가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허리에서 빠져나온 신경이 디스크나 협착증에 의해 압박받으면,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감각을 전달하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부의 특정 부위가 남의 살처럼 느껴지거나, 만졌을 때 감각이 둔해지는 현상은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매우 중요한 몸의 증거입니다.
의사는 이 무뎌진 감각의 영역을 통해, 마치 지도를 보며 길을 찾듯 문제의 원인이 되는 신경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피부 분절(Dermatome): 우리 몸에 그려진 신경 지도
지난 포스팅에서 잠시 다루었던 ‘피부 분절(Dermatome)’의 개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겠습니다. 이는 척추에서 빠져나온 각각의 신경 뿌리가 책임지고 있는 피부의 특정 영역을 의미합니다. 마치 행정구역처럼 우리 몸의 피부는 각기 다른 척수 신경에 의해 분할되어 지배받고 있습니다.[1]
따라서 의사는 면봉(부드러운 촉각)이나 핀(날카로운 통각)을 이용하여 환자의 다리와 발의 여러 부위를 살짝 자극해봅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양쪽의 느낌이 같으신가요?”, “여기는 감각이 좀 둔하게 느껴지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합니다. 이때 환자가 특정 부위에서 감각이 둔하다고 느끼거나, 반대로 너무 예민하게 느낀다면, 이는 해당 피부 분절을 담당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강력한 몸의 증거가 됩니다.
무뎌진 감각이 가리키는 신경의 위치
감각 저하가 나타나는 부위는 신경이 압박받고 있는 위치를 예측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 의심 신경 | 대표적인 감각 이상 부위 (피부 분절) | 환자의 대표적인 표현 |
|---|---|---|
| 제 4번 요추 신경근 (L4) | 허벅지 앞쪽에서 무릎 안쪽으로 이어지는 부위 | “무릎 안쪽 살이 내 살 같지 않아요.” |
| 제 5번 요추 신경근 (L5) | 종아리의 바깥쪽과 발등, 그리고 엄지발가락 | “걸을 때 발등에 뭔가 닿는 느낌이 둔해요.” |
| 제 1번 천추 신경근 (S1) | 종아리 뒤쪽과 발의 바깥쪽 날, 그리고 새끼발가락 | “새끼발가락 쪽 감각이 이상해요.” |
| 천추 신경들 (S2-S4) | 엉덩이와 항문 주변 (안장 부위) | “엉덩이 주변 감각이 마취된 것 같아요.” (마미 증후군을 시사하는 응급 신호!) |
객관적인 증거로서 감각 검사의 중요성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은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각 저하’는 환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매우 객관적인 몸의 증거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근력 저하와 감각 저하 소견을 종합하여 신경 손상의 위치와 정도를 판단합니다.[2]
예를 들어, 환자가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힘이 약하고(L5 근력 저하), 동시에 발등의 감각이 둔하다면(L5 감각 저하), 이는 제5번 요추 신경근이 눌려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각 검사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운동 신경과 감각 신경을 모두 확인했다면, 이제 신경계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반사 신경’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의사가 왜 작은 망치로 무릎과 발목을 두드려보는지, ‘심부건 반사 검사’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Lee, M. W., McPhee, M. C., & Stringer, M. D. (2008). An evidence-based approach to human dermatomes. Clinical Anatomy, 21(5), 363-373.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ca.20636
- Albeck, M. J. (1996). A critical assessment of specific sensory and motor signs in the diagnosis of lumbar radiculopathy. Danish Medical Bulletin, 43(4), 369-3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