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증거 ① 시진(視診): 서 있는 자세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요통 진찰의 첫 번째 단계이자, 의사가 당신의 몸에서 가장 먼저 찾는 몸의 증거는 바로 ‘시진(視診)’, 즉 눈으로 관찰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의사의 진료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환자의 무의식적인 자세와 걸음걸이, 그리고 신체의 전체적인 균형은 현재 척추의 상태를 알려주는 매우 솔직하고 객관적인 몸의 증거입니다.[1]
걸음걸이(Gait): 통증이 걷는 방식을 바꾼다
숙련된 의사는 환자의 걸음걸이만 보고도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 진통 보행(Antalgic gait): 통증을 피하기 위해 아픈 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 시간을 줄여, 특징적으로 다리를 저는 걸음걸이입니다. 이는 한쪽 다리에 신경 압박이 있음을 시사하는 가장 흔한 몸의 증거입니다.
- 발 끌기(Foot drop): 걸을 때 발목을 위로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발 앞쪽이 바닥에 끌리는 모습입니다. 이는 제5번 요추 신경근의 손상을 강력히 의심하게 하는 소견입니다.
척추의 정렬과 만곡: 당신의 자세는 안녕하십니까?
의사는 환자에게 바로 서도록 요청하고, 앞, 뒤, 옆에서 척추의 전체적인 정렬과 굴곡 상태를 관찰합니다. 정상적인 척추는 정면에서 볼 때 일직선이어야 하고, 측면에서 볼 때 부드러운 S자 곡선을 그려야 합니다. 이때 다음과 같은 이상 소견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 통증성 척추측만증(Painful scoliosis): 급성 디스크 탈출증 환자에서, 신경 압박을 피하기 위해 몸을 한쪽으로 기울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통증을 피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기제이며, 그 자체가 중요한 몸의 증거입니다.
- 요추 전만 소실(Loss of lumbar lordosis): 정상적인 허리의 C자형 앞굽음이 사라지고 허리가 일자로 뻣뻣하게 펴진 상태입니다. 이는 허리 주변 근육의 심한 경직이나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 골반의 높낮이 차이: 양쪽 어깨나 골반의 높이가 다른 경우, 이는 다리 길이의 차이나 척추 측만증으로 인한 신체 불균형을 의미합니다.
피부의 이상: 척추 질환이 남긴 흔적
간과하기 쉽지만, 등 피부에 나타나는 변화 역시 중요한 몸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관찰 항목 | 주요 관찰 내용 | 의심할 수 있는 질환 |
|---|---|---|
| 자세 및 걸음걸이 |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짐, 다리를 절뚝거림, 발을 끌음 | 급성 디스크 탈출증, 신경근 마비 |
| 척추 정렬 | 척추가 옆으로 휘어짐 (측만), 등이 굽음 (후만), 허리가 일자로 폄 | 척추 측만증, 퇴행성 후만증, 강직성 척추염 |
| 피부 변화 | 커피색 반점 (Cafe-au-lait spot), 털이 난 부분 (Faun’s beard) | 신경섬유종증, 잠재성 척추 이분증 |
예를 들어, 허리 중앙선 부근에 갈색의 반점이나 비정상적으로 털이 뭉쳐서 난 부위가 있다면, 이는 그 아래에 척추뼈의 선천적인 결손(잠재성 척추 이분증)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몸의 증거가 됩니다.[2]
이처럼 시진은 단순히 겉모습을 훑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수많은 몸의 증거를 수집하여, 앞으로 진행될 촉진과 다른 신체 검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눈으로 증거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손으로 직접 만져보며 더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차례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촉진(觸診)’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Stuber, K., et al. (2012). The reliability of physical examination for the diagnosis of low back pain: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the Canadian Chiropractic Association, 56(1), 32–44.
- Bogduk, N. (2012). Clinical and radiological anatomy of the lumbar spine (5th ed.). Churchill Livingstone Elsev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