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단서 ⑤: 환자의 직업과 삶 (사회력)
허리 통증의 원인은 결코 MRI 사진 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당신의 책상, 당신이 즐겨 하는 운동, 당신의 저녁 식단,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에 그 원인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의학에서는 환자의 직업, 생활 습관, 취미, 주거 환경, 스트레스 수준 등 개인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들을 ‘사회력(Social History)’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진단 과정에서 질병의 발생 및 악화 요인을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현실적으로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통증의 단서가 됩니다.[1]
명의는 환자의 척추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들여다봅니다. 당신이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패턴 속에 허리를 병들게 하는 습관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과 취미: 반복되는 움직임 속의 함정
당신의 직업과 취미는 당신의 척추 건강을 말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자세나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은 척추의 특정 부위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입니다.
- 장시간 앉아있는 직업 (사무직, 운전기사): 앉아있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허리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1.5배 이상 증가시킵니다. 특히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것은 허리 주변 근육을 약화시키고 디스크 퇴행을 가속화하는 주범입니다.[2]
- 반복적으로 허리를 숙이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직업 (건설, 물류, 간병인): 이는 급성 요추 염좌나 디스크 탈출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쪽으로 몸을 비트는 운동 (골프, 테니스, 야구): 한 방향으로만 강하게 회전하는 동작은 척추 후관절에 비대칭적인 스트레스를 주어, 후관절 증후군이나 근막통증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생활 습관: 당신이 먹고 피우는 것들의 영향
사소하게 여기는 생활 습관 역시 허리 통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단순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수준을 넘어, 통증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통증의 단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흡연: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디스크로 가는 혈액과 영양분 공급을 방해합니다. 이는 디스크의 퇴행을 촉진하고,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더디게 만듭니다. 흡연은 요통 발생 위험을 높이는 명백한 위험인자입니다.[3]
- 비만: 과도한 체중, 특히 복부 비만은 척추에 가해지는 기계적 부하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또한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은 전신적인 염증 상태를 조장하여, 염증성 허리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 스트레스와 노란 깃발
최근 의학계에서는 통증이 만성화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요인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노란 깃발(Yellow Flags)’이라고 합니다.
| 구분 | 대표적인 노란 깃발 | 통증에 미치는 영향 |
|---|---|---|
| 정서적 문제 | 우울감, 불안, 스트레스, 분노 |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통증을 실제보다 더 심하게 느끼게 합니다. (통증의 중추적 감작) |
| 잘못된 믿음 | “허리는 한번 망가지면 끝이다”,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파국적 사고 | 불필요한 공포와 회피 행동을 유발하여,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하고 근육을 약화시킵니다. |
| 직업/사회적 문제 | 직업에 대한 불만족, 낮은 사회적 지지, 보상 문제 | 통증이 해결되지 않기를 바라는 무의식적 동기로 작용하여 만성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이처럼 당신의 삶의 방식과 마음 상태는, 허리 통증의 발생과 악화, 그리고 만성화에 깊숙이 관여합니다. 따라서 의사는 단순히 척추 사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직업, 습관, 스트레스에 대한 질문을 통해 치료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없는지, 숨겨진 통증의 단서는 없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당신의 과거 병력과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미래의 통증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Linton, S. J., & Shaw, W. S. (2011). Impact of psychological factors in the experience of pain. Physical Therapy, 91(5), 700-711. https://academic.oup.com/ptj/article/91/5/700/2735235
- Nachemson, A. L. (1981). Disc pressure measurements. Spine, 6(1), 93-97.
- Shiri, R., et al. (2010). The association between smoking and low back pain: a meta-analysis. 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123(1), 87.e7-87.e35. https://www.amjmed.com/article/S0002-9343(09)00829-8/fullt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