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단서 ③: 통증의 질감과 지도 (Quality & Radiation)
“어떻게 아프세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많은 환자들이 그저 “아파요”라고만 대답합니다. 하지만 통증의 ‘느낌(Quality)’과 통증이 퍼져나가는 ‘경로(Radiation)’는, 문제의 원인이 근육인지 신경인지를 구분하고, 어느 부위의 신경이 눌려 있는지를 예측하게 해주는 매우 구체적인 통증의 단서입니다. 마치 화재 현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깔과 냄새를 통해 무엇이 타고 있는지를 추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통증의 질감(Quality): 근육의 비명인가, 신경의 비명인가?
모든 통증이 같지 않습니다. 통증의 ‘질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허리 통증은 크게 두 가지 질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묵직하고, 뻐근하고, 쑤시는’ 통증 (Dull, Aching Pain): 이는 주로 근육이나 인대, 관절과 같은 구조물 자체의 문제일 때 나타나는 통증입니다.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근육통이나, 후관절 증후군과 같은 퇴행성 관절 문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허리 주변부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결리는 느낌이 특징입니다.[1]
- ‘날카롭고, 저리고, 화끈거리고, 전기가 오듯 찌릿한’ 통증 (Sharp, Shooting, Burning Pain): 이는 신경(Nerve)이 직접적으로 압박받거나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입니다. 단순한 통증을 넘어, 불쾌하고 이상한 감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질감의 통증은 신경이 구조물에 의해 눌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강력한 통증의 단서입니다.[2]
통증의 지도(Radiation):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가다
만약 당신의 통증이 신경성 통증의 질감을 가지고 있다면, 의사는 다음 질문을 할 것입니다. “그 통증이 혹시 다른 곳으로 뻗치나요?” 이 ‘방사통(Radiating pain)’이 퍼져나가는 경로는, 마치 범인이 남긴 발자국처럼 눌리고 있는 신경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리키는 ‘통증의 지도’ 역할을 합니다.
우리 허리(요추)에서 빠져나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 뿌리(신경근)는 각각 고유의 담당 구역(피부 분절, Dermatome)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신경근이 눌렸는지에 따라 통증이 뻗치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3]
눌린 신경 레벨 | 통증이 주로 뻗치는 경로 (통증의 지도) | 환자의 대표적인 표현 |
---|---|---|
제 4번 요추 신경근 (L4) | 엉덩이 바깥쪽에서 → 허벅지 앞쪽을 타고 → 무릎 안쪽까지 | “허벅지 앞쪽이 쑤시고 무릎에 힘이 빠져요.” |
제 5번 요추 신경근 (L5) | 엉덩이에서 → 허벅지와 종아리 바깥쪽을 타고 → 발등과 엄지발가락까지 | “엄지발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고 발목을 들기 힘들어요.” |
제 1번 천추 신경근 (S1) | 엉덩이에서 → 허벅지와 종아리 뒤쪽을 타고 → 발뒤꿈치와 발바닥까지 | “발뒤꿈치가 아프고 발끝으로 서기가 어려워요.” |
물론 모든 환자의 증상이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사는 이러한 통증의 질감과 방사통의 경로라는 통증의 단서를 종합하여, “아, 이 환자는 제 5번 요추 신경근이 눌렸을 가능성이 높겠구나”라고 예측하고, MRI 검사 등에서 해당 부위를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당신의 통증이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어느 길을 따라 퍼져나가는지 스스로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의 몸이 보내는 소중한 통증의 단서를 해독하는 첫걸음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통증의 심한 정도와 시간적 패턴이 알려주는 또 다른 단서들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Bogduk, N. (2009). Clinical anatomy of the lumbar spine and sacrum (5th ed.). Churchill Livingstone.
- Baron, R., et al. (2010). Neuropathic pain: diagnosis, pathophysiological mechanisms, and treatment. The Lancet Neurology, 9(8), 807-819.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eur/article/PIIS1474-4422(10)70143-5/fulltext
- Nitta, H., et al. (1993). Study of dermatomes by electrical stimulation. Spine, 18(13), 1782-1786. https://journals.lww.com/spinejournal/Abstract/1993/10000/Study_of_Dermatomes_by_Electrical_Stimulation.11.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