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②: 약만큼 중요한 운동
이전 장에서 우리는 염증성 허리 통증의 불길을 잡기 위한 강력한 약물 치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약물에 의존하며 “아픈데 어떻게 운동까지 해요?”라고 반문하곤 합니다. 통증이 있을 때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쉬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염증성 허리 통증의 세계에서는 이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운동이 단순한 ‘권장 사항’이나 ‘선택’이 아니라, 약물만큼이나 중요한 ‘필수적인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약을 통해 염증의 불길을 끄는 것이 ‘소방수’의 역할이라면, 운동은 화재로 약해진 건물의 뼈대를 보강하고 다시는 불이 붙지 않도록 관리하는 ‘재건 및 예방’의 역할을 합니다.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라는 두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비로소 염증성 허리 통증이라는 긴 언덕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1]
왜 운동이 필수적인 치료인가?
염증성 허리 통증에서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척추 강직 방지: 이 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은 척추가 서서히 굳어 ‘대나무 척추’가 되는 것입니다. 꾸준한 운동은 척추와 관절이 굳는 것을 막고, 유연성과 운동 범위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약물은 염증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이미 굳어버린 관절을 다시 부드럽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 통증 및 염증 감소: “움직이면 더 아프다”는 기계적 통증과 달리, 염증성 허리 통증은 “움직이면 오히려 부드러워지고 통증이 줄어듭니다.” 적절한 운동은 관절 주위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염증 매개 물질을 줄여 통증과 아침 뻣뻣함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2]
- 자세 유지 및 기능 보존: 통증으로 인해 자꾸만 허리를 구부리게 되면, 등이 굽는 후만 변형이 고착될 수 있습니다. 척추를 바르게 펴주는 신전 운동과 자세 교정 운동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전반적인 신체 기능을 보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운동이 염증성 허리 통증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척추에 충격을 주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운동은 피해야 합니다. 치료적 운동의 핵심은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근력 운동’으로 척추를 지지하며, ‘유산소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다지는 것입니다.[3]
운동 종류 | 목표 | 대표적인 운동 예시 |
---|---|---|
스트레칭 (매일) | 관절 가동 범위 유지 및 조조강직 완화 | 고양이-낙타 자세, 가슴 펴기, 척추 돌리기, 햄스트링 스트레칭 |
근력 운동 (주 2~3회) | 척추 안정성 강화 및 자세 유지 | 플랭크, 브릿지, 버드독 등 코어 안정화 운동, 등 근육 강화 운동 |
유산소 운동 (주 3~5회) | 심폐 기능 향상 및 전신 염증 조절 | 수영(특히 자유형, 배영), 걷기, 실내 자전거 |
특히 수영은 물의 부력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어, 통증 없이 전신 근육과 심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운동으로 꼽힙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니까 운동을 해야 해”라는 막연한 생각을 넘어, 전문가(류마티스내과 의사, 물리치료사)와 상의하여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개인별 맞춤 운동’을 처방받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운동은 염증성 허리 통증 관리에 있어 환자 스스로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총정리하며, 염증성 허리 통증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Dagfinrud, H., et al. (2011). Exercise for ankylosing spondylitis: a Cochrane review. Journal of Rheumatology, 38(9), 1845-1851. https://www.jrheum.org/content/38/9/1845
- Liang, H., et al. (2018). The effect of exercise on ankylosing spondyl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linical Rehabilitation, 32(2), 172-181.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0269215517714421
- van der Heijde, D., et al. (2017). 2016 update of the ASAS-EULAR management recommendations for axial spondyloarthritis.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76(6), 978-991. https://ard.bmj.com/content/76/6/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