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처럼 굳어가는 척추: 강직성 척추염
이전 장에서 우리는 ‘쉬면 더 아프고 움직이면 나아지는’ 역설적인 통증, 즉 염증성 허리 통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통증을 방치했을 때 우리 척추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무서운 결과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이름 그 자체에 병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강직(Ankylosing)’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게 되다’는 의미이며, ‘척추염(Spondylitis)’은 ‘척추의 염증’을 뜻합니다. 즉, “척추에 염증이 생겨 점차 굳어버리는 병”입니다.[1] 이는 단순히 뼈가 약해지거나 디스크가 튀어나오는 기계적 문제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일으킨 만성적인 염증의 불길이, 유연해야 할 척추를 통째로 하나의 뻣뻣한 막대기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염증이 어떻게 뼈를 만드는가?: 신생골 형성의 과정
강직성 척추염의 염증은 주로 인대나 힘줄이 뼈에 달라붙는 부위(인대 부착부, Enthesis)에서 시작됩니다. 면역 세포의 공격으로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파괴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 몸은 이를 복구하기 위해 새로운 뼈를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 ‘복구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척추 마디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인대가 점차 뼈로 변해가면서, 마치 척추뼈들 사이에 ‘뼈 다리(Syndesmophyte)’가 놓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뼈 조각들이 자라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 뼈들이 서로 연결되어 위아래 척추를 완전히 하나로 붙여버립니다.[2]
이렇게 여러 마디의 척추가 전부 융합되어 통뼈가 되면, 엑스레이 사진에서 마치 속이 비고 마디마디가 이어진 ‘대나무’처럼 보인다고 하여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 부릅니다. 이는 수년간 지속된 염증성 허리 통증이 남긴 비극적인 훈장이자, 병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 진행 단계 | 주요 병리적 변화 | 환자가 느끼는 증상 및 결과 |
|---|---|---|
| 1단계: 초기 염증기 | 주로 천장관절과 척추 인대 부착부에 염증 발생. | 염증성 허리 통증 시작. (아침 뻣뻣함, 움직이면 호전) |
| 2단계: 손상 및 신생골 형성기 | 염증으로 인한 미세한 뼈의 침식과 함께, 인대 주변에 새로운 뼈(Syndesmophyte)가 자라나기 시작함. | 통증과 함께 척추 움직임이 서서히 둔해짐. |
| 3단계: 완전 강직기 | 자라난 뼈들이 척추 마디 사이를 완전히 연결하여 척추가 융합됨 (Ankylosis). | 허리와 목의 움직임이 현저히 소실됨. 등이 앞으로 굽고 목이 뻣뻣해지는 자세 변형 발생. (‘대나무 척추’ 형성) |
중요한 것은 대나무 척추로의 진행이 단 몇 달 만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 염증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척추의 변형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초기에 염증성 허리 통증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염증의 불길을 조기에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파괴적인 염증은 우리 척추의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다음 장에서는 모든 염증성 허리 통증의 시작점이자 진단의 핵심 열쇠인 ‘천장관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Braun, J., & Sieper, J. (2007). Ankylosing spondylitis. The Lancet, 369(9570), 1379-1390.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07)60635-7/fulltext
- Maksymowych, W. P. (2010). A new spin on the imaging of ankylosing spondylitis. Arthritis & Rheumatism, 62(6), 1581-1584.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art.27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