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수단: 흔들리는 척추를 고정하다 (수술적 치료)
이전 장에서 살펴본 보존적 치료는 대부분의 척추분리증 및 전방전위증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1차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환자가 보존적 치료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척추 불안정성이 너무 심하거나,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특정 상황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대안이자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술은 많은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선택지이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삶의 질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언제 수술을 결심해야 하는가?: 명확한 수술 적응증
수술은 ‘아프니까 한다’는 식으로 간단히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척추 수술은 항상 잠재적인 위험과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 이득이 위험을 명확하게 상회할 때에만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수술을 권고합니다.[1]
- 참을 수 없는 통증: 6개월에서 1년 이상 충실하게 보존적 치료(운동, 약물, 주사 등)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극심한 통증이 지속될 경우.
- 진행하는 신경학적 결손: 다리의 힘이 점차 빠지거나(운동 마비), 감각이 둔해지거나, 대소변 기능에 장애(마미 증후군)가 발생하는 경우. 이는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비교적 신속한 수술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 심각한 척추 불안정성: 마이어딩 등급 3단계 이상의 ‘고등급 전방전위증’과 같이 척추 불안정성이 매우 심하여,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척추의 어긋남이 심해지고 통증이 반복되는 경우.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서 고등급 전방전위증이 진행하는 양상을 보일 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의 두 가지 목표: ‘신경 감압’과 ‘척추 고정’
척추분리증 및 전방전위증 수술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바로 ‘눌린 신경을 풀어주고(감압), 흔들리는 척추를 붙잡아 매는 것(고정)’입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로 ‘신경 감압술’과 ‘척추 유합술’이 함께 시행됩니다.[2]
- 신경 감압술 (Decompression): 좁아진 신경관(척추관)을 넓혀주는 과정입니다. 두꺼워진 황색인대나 비대해진 후관절의 일부를 제거하여, 물리적으로 압박받고 있는 신경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이를 통해 다리 저림이나 마비와 같은 신경 증상이 호전됩니다.
- 척추 유합술 (Spinal Fusion): 수술의 핵심 과정으로, 척추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긋난 척추뼈의 위, 아래 마디에 나사못(Pedicle screw)을 삽입하고, 이를 금속 막대(Rod)로 연결하여 단단하게 고정합니다. 이후, 뼈와 뼈 사이에 자신의 뼈나 인공 뼈를 이식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두 뼈가 하나의 뼈처럼 완전히 굳어붙게 만듭니다. 마치 부러진 팔뼈를 깁스하여 붙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술 과정 | 목표 | 비유 |
---|---|---|
신경 감압술 | 눌려있는 신경을 풀어줌 | 꽉 막힌 도로의 장애물을 치워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함 |
척추 유합술 | 흔들리는 척추뼈를 하나로 굳혀 척추 불안정성을 제거함 | 삐걱거리는 의자의 다리를 나사로 단단히 조이고 접착제로 붙임 |
이처럼 수술은 척추 불안정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정상적인 척추의 움직임을 일부 희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유합된 마디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위아래 마디에 스트레스가 집중되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인접분절질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결정은 반드시 경험 많은 척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여, 수술로 얻을 수 있는 이점과 감수해야 할 위험을 모두 고려한 후 내려야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젊은 운동선수’와 ‘노년층’의 척추분리증 및 전방전위증에 대해 각각 나누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Matz, P. G., et al. (2014). The indications for lumbar spinal fusion. Journal of Neurosurgery: Spine, 21(5), 771-782. https://thejns.org/spine/view/journals/j-neurosurg-spine/21/5/article-p771.xml
- Möller, H., & Hedlund, R. (2000). Surgery versus conservative management in adult isthmic spondylolisthesis–a prospective randomized study: part 1. Spine, 25(13), 1711-1715. https://journals.lww.com/spinejournal/Abstract/2000/07010/Surgery_versus_Conservative_Management_in_Adult.16.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