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심한가?: 척추전방전위증의 등급 분류
척추분리증으로 인해, 혹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척추뼈가 앞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면,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내 척추가 얼마나 심하게 어긋난 걸까?”일 것입니다. 척추전방전위증의 심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향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 분류법이 바로 ‘마이어딩 등급(Meyerding Grade)’입니다.[1]
마이어딩 등급은 옆에서 찍은 척추 X-ray 사진을 보고, 아래 척추뼈의 윗면을 4등분하여 위 척추뼈가 얼마나 앞으로 미끄러졌는지를 백분율(%)로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등급은 척추 불안정성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마이어딩 등급(Meyerding Grade)의 5단계
마이어딩 등급은 총 5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등급 (Grade) | 미끄러진 정도 (% of slip) | 임상적 특징 및 일반적인 관리 방향 |
---|---|---|
등급 1 | 25% 미만 | 가장 흔한 단계로,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합니다. 척추 불안정성이 심하지 않아, 코어 근육 강화 등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합니다. |
등급 2 | 26~50% | 요통이나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여전히 보존적 치료가 우선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등급 3 | 51~75% | ‘고등급 전방전위증(High-grade spondylolisthesis)’으로 분류됩니다. 척추 불안정성이 심하여 신경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등급 4 | 76~100% | 매우 심각한 단계로, 신경 손상의 위험이 큽니다.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신경 증상이 악화되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
등급 5 | 100% 초과 | ‘척추 탈구(Spondyloptosis)’라고 불리는 가장 심각한 상태입니다.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에서 완전히 떨어져 앞으로 넘어가 있으며, 심각한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
등급이 예후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척추가 많이 미끄러졌다고(높은 등급) 해서 반드시 증상이 더 심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경미하게 미끄러졌다고(낮은 등급) 해서 통증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2] 증상의 정도는 미끄러진 정도뿐만 아니라, 신경이 얼마나 압박받는지, 그리고 개인이 가진 근육의 힘과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 등급은 척추 불안정성의 객관적인 정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요통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들은 수술이 필요 없는 등급 1 또는 등급 2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등급을 정확히 아는 것은 불필요한 공포를 줄이고,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척추 불안정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병원에서는 이를 어떻게 진단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Meyerding, H. W. (1932). Spondylolisthesis. The Journal of Bone & Joint Surgery, 14(2), 371-377.
- Matz, P. G., et al. (2014). The natural history of degenerative spondylolisthesis. Journal of Neurosurgery: Spine, 21(5), 783-788. https://thejns.org/spine/view/journals/j-neurosurg-spine/21/5/article-p783.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