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기는가?: 척추분리증의 원인과 종류
척추의 연결고리, 즉 척추뼈 뒤쪽의 ‘협부(pars interarticularis)’는 왜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것일까요? 척추분리증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며, 원인에 따라 그 성격과 치료 방향, 그리고 예후가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원인이 척추를 흔들리게 만드는지 아는 것은, 척추 불안정성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척추분리증과 그로 인한 전방전위증의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1]
협부형 (Isthmic):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골절’
척추분리증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사례의 약 90%를 차지합니다. 이는 주로 10대 청소년, 특히 운동선수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뼈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리를 과도하게 뒤로 젖히고(신전), 비트는(회전) 동작을 반복하면, 척추뼈의 가장 약한 연결 부위인 ‘협부’에 스트레스가 집중됩니다. 이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뼈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피로 골절(Fatigue Fracture)’이라고 합니다.[2]
마치 철사를 계속 구부렸다 폈다 하면 결국 끊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협부의 피로 골절은 척추의 구조적 지지력을 약화시켜, 직접적인 척추 불안정성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체조, 다이빙, 축구(특히 킥 동작), 야구(투구 동작), 역도 등 특정 스포츠에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퇴행성 (Degenerative): 낡아진 관절로 인한 ‘미끄러짐’
퇴행성 유형은 앞서 설명한 협부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 유형은 협부의 골절, 즉 ‘분리증’이 없습니다. 대신, 나이가 들면서 척추 마디 사이의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닳고, 척추뼈 뒤쪽에서 관절을 이루는 후관절(facet joint)에 관절염이 생기면서 척추 마디 전체가 느슨해지고 불안정해집니다. 이렇게 약해진 관절이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 바로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입니다.[3]
주로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흔하며, 척추관 협착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뼈 자체의 결함보다는 관절과 인대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척추 불안정성이 핵심 원인입니다.
그 외 드문 원인들
- 선천성(Dysplastic): 태어날 때부터 협부나 후관절의 형태에 이상이 있어, 정상적인 스트레스에도 뼈가 미끄러지기 쉬운 경우입니다.
- 외상성(Traumatic): 교통사고나 추락과 같이 매우 강한 외력에 의해 협부가 급성으로 골절되는 경우입니다. 피로 골절과 달리 명확한 사고 이력이 있습니다.
- 병적(Pathologic): 종양이나 감염 등이 척추뼈를 약하게 만들어 경미한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로, 매우 드뭅니다.
유형 | 핵심 원인 | 호발 연령/대상 | 협부(Pars) 골절 유무 |
---|---|---|---|
협부형 (Isthmic) | 반복적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골절 | 10대 운동선수 | 있음 (O) |
퇴행성 (Degenerative) | 디스크와 후관절의 노화(퇴행) | 50대 이상, 특히 여성 | 없음 (X) |
선천성 (Dysplastic) | 선천적인 뼈의 형성 부전 | 유아기, 청소년기 |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음 |
외상성 (Traumatic) | 강력한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급성 골절 | 전 연령 | 있음 (O) |
이처럼 ‘척추가 어긋났다’는 현상은 같아 보여도, 그 원인은 연령과 생활 방식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앞으로의 치료 방향과 요통의 예후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정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로 인한 척추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한지, 그 등급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Wiltse, L. L., et al. (1976). Classification of spondylolisis and spondylolisthesis. Clinical Orthopaedics and Related Research, (117), 23-29. https://journals.lww.com/clinorthop/Citation/1976/06000/Classification_of_Spondylolisis_and.4.aspx
- Standaert, C. J., & Herring, S. A. (2000). Spondylolysis: a critical review.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34(6), 415-422. https://bjsm.bmj.com/content/34/6/415
- Kalichman, L., & Hunter, D. J. (2009). Lumbar facet joint osteoarthritis: a review. Seminars in Arthritis and Rheumatism, 39(3), 209-219. https://www.semarthritisrheumatism.com/article/S0049-0172(08)00078-4/full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