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Macnab> 04. 통증 민감화 : MRI는 정상인데 허리가 아픈 이유

중추 감작의 결과 ②: 심리와 통증의 악순환

만성 요통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허리의 욱신거림에 그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아플까?”라는 불안감,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절망감, 그리고 밤새 뒤척이게 만드는 수면장애까지.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중추 감작이 뇌의 감정 및 인지 조절 시스템까지 뒤흔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통증은 몸의 감각인 동시에, 뇌의 고통스러운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최신 뇌과학 연구는 통증을 처리하는 뇌의 영역과 감정, 기억,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1] 만성적인 통증 신호는 이 공유된 신경 회로를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감정과 인지 기능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로 인해 ‘통증과 감정의 악순환’이라는 고리가 만들어지며, 이는 통증 민감화 상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듭니다.

뇌 속 통증과 감정의 연결고리

통증이 만성화되면, 뇌는 단순히 ‘아프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통증 자체를 하나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생존 모드를 가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의 주요 부위들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됩니다.

뇌 영역정상적인 역할만성 통증 시의 변화 (오작동)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
합리적 사고, 감정 조절, 주의 집중통증에 대한 부정적 생각(통증 파국화)을 멈추지 못하고, 통증을 억제하는 하행성 조절 기능이 약화됨.[2]
대상피질
(Anterior Cingulate Cortex)
통증으로 인한 불쾌한 감정 처리과활성화되어 통증의 정서적 고통을 증폭시키고, 통증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함.
편도체 & 해마
(Amygdala & Hippocampus)
공포, 불안, 기억 형성통증을 ‘위험한 기억’으로 저장하여, 비슷한 상황에서 과거의 통증을 재현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킴.

“몸이 아프니 마음도 병든다”: 악순환의 고리

이러한 뇌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1. 통증 → 수면장애: 밤에 통증이 심해져 잠을 설치게 됩니다. 질 좋은 수면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염증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므로, 수면 부족은 그 자체로 다음 날의 통증을 악화시키고 통증 민감화를 심화시킵니다.
  2. 수면장애 → 불안/우울: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피로가 누적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져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불안해지거나 우울감을 느끼게 됩니다.
  3. 불안/우울 → 통증 파국화: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 상태는 통증을 실제보다 더 심각하고 절망적으로 해석하게 만듭니다(“이 통증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내 인생은 이제 망했어”). 이러한 부정적 사고방식은 뇌의 통증 회로를 더욱 활성화시킵니다.
  4. 통증 파국화 → 통증 악화: 증폭된 통증 신호는 다시 수면을 방해하고 불안감을 키우면서, 빠져나오기 힘든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합니다.

결론적으로 만성 통증 민감화는 단순히 허리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변화를 동반하는 복합적인 ‘뇌의 질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신체적 치료와 함께 심리적, 인지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길고 긴 통증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 해답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 Apkarian, A. V., et al. (2005). Human brain mechanisms of pain perception and regulation in health and disease. European Journal of Pain, 9(4), 463-484.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16/j.ejpain.2004.11.001
  2. Bushnell, M. C., et al. (2013). Cognitive and emotional control of pain and its disruption in chronic pai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4(7), 502-511. https://www.nature.com/articles/nrn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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