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민감화: 중앙 통제실이 오작동하다 (중추 감작)
만약 화재 현장에서 경보가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린다면, 결국 중앙 통제실은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경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나중에는 시스템 전체가 과부하에 걸려 오작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우리 몸의 통증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초 감작으로 인해 손상 부위에서 통증 신호가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면, 결국 통증 신호의 환승역인 ‘척수’와 최종 사령부인 ‘뇌’까지 변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통증 민감화의 핵심이자 만성 통증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입니다.[1]
중추 감작은 단순히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척수와 뇌의 신경세포 자체가 구조적으로, 그리고 기능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 신경계는 고정된 회로가 아니라 경험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합니다. 반복적인 통증 신호는 신경세포들을 과도하게 흥분시켜 연결을 비정상적으로 강화하고, 통증 신호를 억제하는 시스템은 약화시킵니다.[2]
통증의 볼륨이 비정상적으로 증폭되다
중추 감작이 일어난 신경계는 마치 고장 난 앰프와 같습니다. 외부에서 ‘1’이라는 작은 소리(자극)가 들어와도, 앰프 내부에서 소리가 멋대로 증폭되어 ‘100’이라는 큰 소리(통증)로 출력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러 비정상적인 통증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현상 | 의미 | 환자가 느끼는 증상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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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각과민 (Hyperalgesia) |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통증을 느낌. | “원래 이 정도 누르면 조금 아팠는데, 이젠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파요.” |
이질통 (Allodynia) | 원래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자극(예: 가벼운 접촉)을 통증으로 느낌. | “바지가 스치기만 해도 허리가 쓰리고 아파요.”, “손으로 살짝 만져도 아파요.” |
통증의 확산 | 통증이 원래 손상 부위를 넘어 주변, 심지어 반대편까지 퍼져나감. | “처음엔 허리 한가운데만 아팠는데, 이젠 엉덩이랑 허벅지까지 다 쑤셔요.” |
‘통증의 기억’이 뇌에 각인되다
더 무서운 것은, 중추 감작이 진행되면 통증이 뇌에 ‘기억’으로 각인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원래의 조직 손상이 모두 회복된 후에도, 뇌는 과거의 통증 기억을 계속 재생하여 통증을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상 검사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환자는 계속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통증 민감화 상태에서는 통증의 원인이 더 이상 손상된 조직이 아니라, 오작동하는 신경계 그 자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중추 감작은 만성 요통을 단순한 증상에서 ‘신경계의 질병’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중추 감작이 우리 몸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들을 가져오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Woolf, C. J. (2011). Central sensitization: implications for the diagnosis and treatment of pain. Pain, 152(3 Suppl), S2-S15. https://journals.lww.com/pain/fulltext/2011/03001/central_sensitization__implications_for_the.2.aspx
- Latremoliere, A., & Woolf, C. J. (2009). Central sensitization: a generator of pain hypersensitivity by central neural plasticity. The Journal of Pain, 10(9), 895-926. https://www.jpain.org/article/S1526-5900(09)00453-6/full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