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시작: 말초 신경계의 경보 시스템
지금까지 우리는 근육, 인대, 근막 등 연부 조직이 어떻게 손상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손상은 어떻게 ‘아픔’이라는 감각으로 바뀌어 우리 뇌에 전달되는 것일까요? 이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만성 통증의 핵심 기전인 통증 민감화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첫걸음입니다. 통증은 우리 몸의 손상을 알리는 정교하고 중요한 ‘경보 시스템’입니다.
모든 통증은 손상된 조직에서 시작됩니다. 허리 인대나 근육에 미세 손상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은 즉시 그 부위로 달려가 다양한 ‘염증 매개물질(Inflammatory soup)’을 쏟아냅니다. 여기에는 브래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 히스타민, 그리고 여러 이온 물질들이 칵테일처럼 섞여 있습니다.[1] 이 화학 물질들은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통증 신호를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1단계: 화학적 경보 발생 (변환, Transduction)
이 염증 칵테일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리 몸 곳곳에 분포된 ‘통증 센서’, 즉 ‘통각수용기(Nociceptor)’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통각수용기는 피부, 근육, 관절 등에 넓게 퍼져 있는 특수한 신경 말단으로, 유해한 자극(화학적, 기계적, 열 자극)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염증 물질이 통각수용기에 달라붙으면, 통각수용기의 이온 채널이 열리면서 신경 세포 안팎의 전기적 균형이 깨집니다. 이로 인해 화학적 신호가 비로소 ‘전기 신호’로 변환되는데, 이 과정을 ‘변환(Transduction)’이라고 합니다. 마치 화재 현장의 연기가 감지기에 닿아 경보음(전기 신호)을 울리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2단계: 경보 신호 전송 (전도, Transmission)
일단 전기 신호가 발생하면, 이 신호는 말초 신경 섬유를 따라 고속으로 이동합니다.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섬유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신경 섬유 | 특징 | 전달하는 통증의 종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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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델타 섬유 (A-delta fiber) | 전선 피복(수초)이 있어 전달 속도가 빠름 | 찌르는 듯한, 날카롭고 명확한 1차 통증 (초기 통증) |
C 섬유 (C-fiber) | 피복이 없어 전달 속도가 느림 | 욱신거리고, 쑤시고, 둔하고, 오래 지속되는 2차 통증 (후기 통증) |
이 두 신경 섬유를 통해 전달된 통증 신호는 척추 내 신경의 집합소인 ‘척수 후각(Dorsal horn)’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말초에서 온 모든 감각 정보가 중앙 신경계(뇌)로 올라가기 전에 잠시 정차하는 중요한 환승역과도 같습니다.[2]
이처럼 급성 손상 후 통증이 발생하고 전달되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 경보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그리고 과도하게 울리게 되면 시스템 자체가 오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단계에서 다룰 통증 민감화의 서막입니다.
참고 자료
- Basbaum, A. I., et al. (2009). Cellular and molecular mechanisms of pain. Cell, 139(2), 267-284.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09)01148-3
- Woolf, C. J., & Salter, M. W. (2000). Neuronal plasticity: increasing the gain in pain. Science, 288(5472), 1765-1769.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288.5472.1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