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의 밧줄, 인대의 비명: 인대성 요통
척추를 거대한 돛대에 비유한다면, 인대(Ligament)는 이 돛대가 거친 풍랑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사방에서 단단히 붙잡아주는 ‘밧줄’과도 같습니다.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하는 질긴 섬유 조직으로, 척추가 정상적인 운동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을 막아 안정성을 유지하는 ‘정적 안정화(Static Stabilization)’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1]
우리 척추에는 여러 중요한 인대들이 있습니다. 척추뼈 앞쪽을 길게 감싸는 전종인대는 허리가 과도하게 뒤로 젖혀지는 것을 막고, 척추관 안쪽에서 뒤를 받치는 후종인대는 허리가 너무 앞으로 숙여지지 않도록 제어합니다. 또한 척추뼈의 가시돌기 사이를 잇는 극간인대와 척추관 뒤쪽을 덮는 황색인대 등은 척추의 회전과 굴곡을 제한하며 척추 신경을 보호합니다.
인대의 종류 | 주요 위치 | 핵심 기능 (제한하는 움직임) |
---|---|---|
전종인대 (Anterior Longitudinal Ligament) | 척추뼈 몸통의 앞면 | 과도한 신전 (허리 젖힘) |
후종인대 (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 | 척추뼈 몸통의 뒷면 (척추관 내) | 과도한 굴곡 (허리 숙임) |
황색인대 (Ligamentum Flavum) | 척추뼈고리판(Lamina) 사이 | 과도한 굴곡, 척추의 탄성 유지 |
극간인대 (Interspinous Ligament) | 가시돌기(Spinous Process) 사이 | 과도한 굴곡 및 회전 |
문제는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잘못 들거나,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으로 인해 이 인대들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받을 때 발생합니다. 이때 인대 섬유가 미세하게 찢어지거나 늘어나는 손상을 ‘염좌(Sprain)’라고 합니다.[2]
인대 손상은 그 자체로도 통증을 유발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손상 부위에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입니다. 우리 몸은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기 위해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들이 주변의 미세한 신경 말단을 자극하여 묵직하고 깊숙한 허리 통증, 즉 ‘축성 통증’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초기 염증 반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손상이 가해지면, 신경계는 점차 예민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만성 통증의 씨앗이 되는 통증 민감화의 첫 단계이며, 단순 염좌가 고질병으로 발전하는 시작점입니다.
참고 자료
- Palastanga, N., & Soames, R. (2012). Anatomy and Human Movement: Structure and Function (6th ed.). Churchill Livingstone.
- Solomon, L., Warwick, D., & Nayagam, S. (2010). Apley’s System of Orthopaedics and Fractures (9th ed.). Hodder Arn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