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페이지에서 러닝화가 왜 단순한 신발이 아닌 ‘의료 장비’인지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 가장 비싼 신발을 사면 될까요? 아닙니다. 안경을 맞출 때 시력 검사부터 하듯, 러닝화를 구매하기 전에는 반드시 내 발의 형태, 특히 ‘아치(Arch)’의 상태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아치는 발바닥 안쪽이 움푹 들어간 부위로, 우리 몸의 ‘천연 스프링’ 역할을 합니다. 이 스프링이 너무 주저앉았는지, 혹은 너무 뻣뻣한지에 따라 여러분에게 필요한 러닝화의 종류는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1분 만에 내 발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바로 ‘젖은 발 테스트(Wet Test)’를 소개합니다.
집에서 1분 컷! 젖은 발 테스트 (Wet Test) 방법
💡 의사의 한 줄 요약
고가의 장비 없이도 물과 종이 한 장이면 족합니다. 발자국의 모양은 당신의 아치 높이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자, 최적의 러닝화를 찾는 지도입니다.
이 테스트는 매우 간단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합니다. 준비물은 물을 담을 수 있는 얕은 대야와 마른 수건, 그리고 발자국을 찍을 수 있는 A4 용지나 신문지, 혹은 박스 종이만 있으면 됩니다.
👣 젖은 발 테스트 순서
- 대야에 물을 조금만 채우고 양발을 살짝 담가 발바닥 전체를 적십니다.
-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도록 살짝 털어낸 뒤, 준비한 종이 위에 평소 서 있는 자세로 올라섭니다.
- 약 10초 후 발을 떼고, 종이에 남겨진 발자국(Footprint)의 모양을 관찰합니다.
이제 찍힌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발자국의 중간 부분, 즉 아치가 찍힌 면적에 따라 우리는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발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분류가 바로 실패 없는 러닝화 선택의 기준점이 됩니다.
내 발자국 해석하기: 평발, 요족, 정상발
1. 평발 (Flat Foot) – 발자국이 전체적으로 찍힌 경우
발자국을 봤을 때 아치가 거의 보이지 않고 발바닥 전체가 넓게 찍혔다면 평발에 해당합니다. 평발은 아치가 낮아 지면에 닿는 면적이 넓습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착지 시 발이 안쪽으로 과도하게 무너지는 ‘과내전(Overpronation)’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분들이 쿠션이 너무 푹신한 러닝화를 신으면 어떻게 될까요? 발이 더 쉽게 안쪽으로 꺾이며 발목과 무릎 안쪽에 심각한 부하를 줍니다. 따라서 평발인 분들은 아치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안정화(Stability) 계열의 러닝화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2. 요족 (High Arch) – 발자국이 끊어질 듯 좁은 경우
반대로 발자국의 앞꿈치와 뒤꿈치만 선명하고, 중간 부분은 아주 가늘게 연결되어 있거나 아예 끊겨 보인다면 요족(오목발)입니다. 아치가 정상보다 높게 솟아 있는 형태죠. 요족은 발이 뻣뻣하여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족 러너는 충격을 흡수하는 아치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면의 충격이 그대로 정강이와 무릎, 허리로 전달됩니다. 소위 ‘충격 흡수 불량’ 상태인 것이죠. 그래서 요족인 분들에게는 충격을 최대한 받아줄 수 있는 풍부한 쿠션화(Neutral/Cushion) 계열의 러닝화 추천이 필수적입니다.
3. 정상 발 (Normal Arch) – 적당한 곡선이 보이는 경우
발자국 중간 부분이 적당히(약 절반 정도) 찍혀 있다면 정상 발입니다. 가장 축복받은 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지 시 적절하게 발이 안쪽으로 굽으며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합니다. 이런 분들은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러닝화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지만, 장거리 러닝을 계획한다면 적당한 쿠션과 안정성이 균형 잡힌 중립화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치 형태에 따른 러닝화 선택 가이드
💡 의사의 한 줄 요약
내 발의 단점을 신발이 보완해줘야 합니다. 유연한 평발은 ‘지지력’을, 뻣뻣한 요족은 ‘충격 흡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러닝화를 고르세요.
아치 형태를 파악했다면, 이제 그에 맞는 러닝화 카테고리를 명확히 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아치 타입에 따른 운동학적 특성과 추천 신발 유형을 정리한 것입니다. 신발 매장에 가시기 전 이 표를 캡처해 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아치 타입 | 발자국 특징 | 운동학적 위험 요소 | 추천 러닝화 |
|---|---|---|---|
| 평발 (Low Arch) | 발바닥 전체가 찍힘 (아치 실종) | 과내전 (발목이 안쪽으로 꺾임) | 안정화 (Stability Shoes) 아치 서포트 기능 |
| 요족 (High Arch) | 앞/뒤만 찍힘 (중간이 가늘거나 없음) | 충격 흡수 부족 (발이 뻣뻣함) | 쿠션화 (Cushioning Shoes) 충격 흡수 극대화 |
| 정상 발 (Normal) | 중간이 절반 정도 찍힘 | 정상적인 회내 (자연스러운 충격 흡수) | 중립화 (Neutral Shoes) 다양한 선택 가능 |
많은 분들이 디자인이 예쁘거나, 유명 선수가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아치와 맞지 않는 러닝화를 구매합니다. 평발인 분이 탄성이 강하고 불안정한 카본화를 신거나, 요족인 분이 딱딱한 레이싱화를 신는 것은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이제 내 발의 아치가 어떤 모양인지 아셨나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발목의 움직임’, 즉 내전(Pronation)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발 밑창 마모 패턴을 통해 나의 주법을 분석하고, 더욱 정밀하게 러닝화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