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 상세 페이지나 박스를 유심히 보신 적이 있나요? ‘8mm Drop’, ‘Stack Height 30mm’ 같은 암호 같은 숫자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구매자는 이를 무시하지만, 사실 이 숫자들은 여러분의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근육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좌표입니다.
특히 “남들이 좋다는 신발을 샀는데 왜 종아리가 터질 것 같지?” 또는 “왜 아킬레스건이 시큰거리지?”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십중팔구 이 ‘드롭(Drop)’ 수치가 본인과 맞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은 러닝화의 구조학적 비밀인 힐 드롭과 스택 하이트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스택 하이트(Stack Height): 쿠션의 두께
먼저 쉬운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죠. 스택 하이트는 말 그대로 신발 밑창의 전체 높이, 즉 지면에서 발바닥까지의 두께를 말합니다. 보통 앞발(Forefoot)과 뒤꿈치(Heel)의 높이를 각각 표기합니다.
앞서 다룬 ‘맥스 쿠션’ 러닝화들은 이 스택 하이트가 30mm에서 40mm에 육박할 정도로 높습니다. 스택 하이트가 높을수록 충격 흡수량은 많아지지만, 지면 감각은 둔해집니다. 반대로 얇은 레이싱화는 스택 하이트가 낮아 지면을 박차는 힘을 잘 전달하지만 충격은 몸이 받아내야 합니다.
힐 드롭(Heel Drop): 아킬레스건의 긴장도를 조절하는 다이얼
💡 의사의 한 줄 요약
힐 드롭은 신발의 미끄럼틀 각도와 같습니다. 뒤꿈치가 높을수록(하이 드롭) 아킬레스건은 편안해지지만 무릎 부하가 늘고, 낮을수록(로우 드롭) 종아리 근육이 더 많이 늘어나며 일을 해야 합니다.
오늘의 핵심인 ‘힐 드롭(오프셋, Drop)’은 뒤꿈치 높이에서 앞발 높이를 뺀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뒤꿈치가 30mm이고 앞발이 20mm라면, 이 러닝화의 드롭은 10mm가 됩니다. 즉, 발이 신발 안에서 얼마나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경사도입니다.
이 경사도가 왜 중요할까요? 바로 착지 시 근육이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이힐을 신었을 때를 상상해 보세요. 뒤꿈치가 들리면 아킬레스건은 수축되어 편안해지지만, 무릎과 허벅지 앞쪽 근육은 체중을 버티기 위해 긴장하게 됩니다. 반대로 평평한 신발을 신으면 아킬레스건이 팽팽하게 늘어납니다.
나에게 맞는 힐 드롭 수치는? (부상 이력에 따른 선택)
따라서 본인의 평소 통증 부위나 달리기 주법(착지법)에 따라 전략적으로 드롭 수치를 선택해야 합니다. 무조건 ‘국룰’인 수치는 없습니다. 아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러닝화 스펙을 찾아보세요.
| 구분 (드롭 수치) | 특징 | 장점 및 효과 | 추천 대상 |
|---|---|---|---|
| 하이 드롭 (8mm ~ 12mm) | 뒤꿈치가 확연히 높음 전통적인 러닝화 형태 |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부하 감소 | 리어풋(뒤꿈치 착지) 러너 아킬레스건염 과거력 종아리 근육이 뻣뻣한 분 |
| 미드 드롭 (4mm ~ 8mm) | 가장 자연스러운 경사 최근 트렌드 | 무릎과 발목 부하의 적절한 균형 | 대부분의 일반 러너 미드풋(중간 발 착지) 입문자 |
| 로우/제로 드롭 (0mm ~ 4mm) | 거의 평평함 (맨발과 유사한 각도) | 무릎 부하 감소 자연스러운 보행 유도 | 숙련된 미드풋/포어풋 러너 무릎 통증(러너스 니) 호소자 (단, 종아리 유연성 필수) |
⚠️ 주의사항: 갑작스러운 드롭 변화는 금물!
평소 10mm 드롭의 러닝화를 신던 분이 갑자기 0mm 제로 드롭 신발로 바꾸면 100% 종아리 근육통이나 아킬레스건 부상이 옵니다. 우리 몸의 근육과 건이 늘어난 길이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드롭을 낮추고 싶다면 2~4mm씩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며 적응 기간을 두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아킬레스건이나 종아리가 자주 뭉치는 분들은 8mm 이상의 하이 드롭 제품을 선택하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무릎 통증이 잦은 분들은 4~6mm 정도의 낮은 드롭 제품을 선택하여 체중 부하를 종아리와 발목 쪽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지금까지 쿠션과 드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마라톤 대회장을 휩쓸고 있는 ‘마법의 신발’이 있죠. 바로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입니다. 신기만 하면 기록이 단축된다는 소문에 초보자들도 너도나도 구매하고 있습니다. 과연 초보자가 신어도 괜찮은 걸까요? 다음 글에서 그 위험한 유혹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